Desire·Vision·Dream

은행나무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4. 7. 21. 14:09
 <은행나무>

 

지난봄 충무로 쌍용빌딩 앞에서 명보극장까지 길 양 옆 가로수로 심긴 은행나무에 가지치기를 하였다. 저렇게 많은 가지를 한꺼번에 잘라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가차없이 가지들을 잘라내 밑둥만 덩그러니 남았다. 새순 돋아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오늘 아침에 보니 무성한 잎이 하늘을 덮어 소나기를 피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출근 길에 커다란 은행알이 떨어져 있길래 나무 위를 쳐다보니 가지가지마다 촘촘히 매달린 은행나무 열매들이 제법 크게 자랐다. 포도송이처럼 오밀조밀 달려있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다. 앙상하던 가지에서 싹이 나고 잎이 자라 벌써 저렇게 열매를 맺었구나 생각하니 자연의 경이로움에 고개가 숙어진다. 한 여름 장마비에 물을 흠뻑 빨아들여 그것을 자양분으로 송글송글 열매를 맺지 않았나 싶다.

 

은행나무는 고생대에서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생명력이 긴 나무이다. 은행나무 잎은 신체 건강에도 좋아 은행잎을 모아 방모서리에 펼쳐두기도 한다. 또한 은행나무 잎은 약재로 쓰인다. 심장을 도와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폐를 튼튼하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은행잎에 들어 있는 징코라이드와 진놀, 프라보놀 성분은 말초신경장애, 노인성치매 등을 예방하고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

 

은행에는 간놀, 팩틴, 히스티틴, 전분, 단백질, 지방, 당분이 들어있어서 폐결핵환자가 오래 먹으면 기침이 없어지고 가래가 적게 나온다. 은행은 뇌혈관을 개선하는 작용을 하므로 성욕감퇴, 뇌빈혈, 신경쇠약, 전신피로 등에도 효과가 있다. 음식을 만들 때 은행나무 열매를 넣는다. 삼계탕을 만들 때 인삼과 대추와 함께 은행 알을 넣어 보양효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은행나무 열매를 구워먹으면 씹히는 맛이 아삭하다. 은행알을 불에 구워 한번에 네, 다섯 개씩 먹으면 정력을 강하게 하는데 좋다. 또한 밤에 오줌을 싸는 아이에게 구운 은행알 대 여섯개씩 꾸준히 먹이면 효과가 있다.

 

이제 8월의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이 되면 저 은행나무 잎들도 서서히 노란 물을 들이기 시작할 것이다. 샛노란 은행나무잎이 떨어지고 거리에 낙엽이 나뒹굴기 시작하면 또 한해가 저문다. 어쩌면 우리네 인생도 저 은행나무와 비슷하지 않나 싶다. 가지만 앙상한 추운 겨울에는 은행나무도 몹시 힘들었을 것이다. 인생살이에도 추운 겨울이 있다. 매서운 바람이 불어 손과 발이 시린 것처럼 사업에 실패하여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고, 아이들 교육에 돈이 들어갈 때 어쩔 수 없이 직장을 나오기도 한다. 시험에 낙방하여 낙심하는 때도 있고, 취직이 되지 않아 힘들어 하기도 한다. 가정불화로 인해 근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은행나무가 겨울을 견뎌내듯 어려움을 참고 견디면 열매를 맺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잎이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는 추운 겨울이 오면 저 가지에서 언제 싹이 나고 잎이 돋을까 조바심이 난다.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지겹기까지 하다. 그뿐이랴 겨울의 막바지에 이르러 무지막지하게 가지를 쳐낼 때의 아픔은 결코 만만치 않았으리라. 어려운 시련의 시기를 보낼 때 우리의 하루하루도 힘들고 고달프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마음속에 희망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내일을 향한 꿈을 버리지 않는 한 저 은행나무처럼 싹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수확할 시기가 반드시 올 것이다.

 

은행나무는 여러 가지로 유익하다. 독일의 한 제약회사는 우리나라의 은행잎을 수입하고 은행잎에서 필요한 성분을 추출하여 약으로 만들었는데 큰 매상을 올렸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잎이나 열매 모두 버릴 것이 없다. 또한 은행 나무는 관상용으로 쓰이기도 하고 가로수로 혹은 과실수로 쓰이기도 한다.

 

은행 나무는 약 20년을 키워야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사람이 태어나 제구실을 하기위해 성년이 되어야 하듯이 말이다. 은행나무처럼 이웃과 사회, 그리고 국가에 유익한 사람이 되어졌으면 좋겠다.

<2004/7/21이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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