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re·Vision·Dream

조직문화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4. 7. 8. 11:25
 <조직 문화>

         S은행과 C은행의 합병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지인과 저녁자리를 함께 했다. 은행통합작업 중 가장 어려운 작업가운데 하나가 전산통합이다. 고가의 비용으로 구입한 장비에다 10여년의 긴 기간동안 개발된 각종 프로그램을 하나로 통합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기계와 프로그램의 통합만이 아니라 조직의 통합까지 해결하려다 보니 기존의 조직원들간에 이해관계까지 얽혀 풀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조직 문화 또한 다르다 보니 일하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일하면서 겪는 큰 어려움은 스트레스가 쌓일 때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 양 조직간의 이해관계가 얽히다 보니 어떤 사안에 대해 잘못 이야기 했다가는 반발이 있을 수 도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이 이루어져 실행되기 전까지는 비밀로 해 두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극도로 말 조심을 하게 된다고 했다.

 

어려움이 있을 때 그 어려움을 툭 털어놓는 것만 해도 위로가 된다. 어려움이 있을 때 그것을 툴툴 털어버리지 못하고 쌓이면 스트레스가 되고 병이 된다. 후배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개월 몇 년에 걸쳐 이루어져야 할 작업인데 매일 술로 풀 수도 없는 노릇이어 무척 힘이 든다고 했다. 그래서 주말에 출근하는 하루를 빼고 다른 하루는 꼭 산엘 간다고 한다.

 

또 하나 재미있는 이야기는 조직문화에 관한 것이다. S은행의 경우 설립된지 22년이고 G은행의 경우 107년의 역사를 지녔다. 그렇다 보니 조직 문화가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설립된지 22년 된 은행이 107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은행을 인수했으니 조직간  통합작업에 실무적인 어려움이 있는은 당연한 일이다. 두 조직간의 특성을 보면 우선 S은행의 경우 생각은 신중히 하되 행동은 과감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유로운 토론 문화를 가지고 있어 토론에 의해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취할 것은 취하는 등 생각이 열려 있다. 또한 대단히 주도적이다. 남이 의사결정을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과감히 의사결정을 한다. 반면 G은행의 경우 행동양식은 모나지 않고 조용히 일하기를 좋아한다는 것. 일은 저절로 결정되어 진행 될 것이므로 누구도 의사결정을 하기를 꺼려 한다. 구성원 개인의 마인드가 나는 그저 시키는 일만 한다고 하는 의식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의사결정에 시간이 걸리고 때늦은 의사결정을 할 때가 많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G은행은 그간의 수많은 경험과 연륜 속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있는 반면 23년의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S은행은 도전적이고 과감한, 신속하고 분명한 의사결정을 하여 시장을 리드하고 고객을 확보해 간 것이다.

 

은행원 개개인의 성격도 S은행은 진취적이고 C은행은 보수적이라고 했다. 가만히 분석해 보면 S은행 사람 중 초창기 맴버들은 위험을 무릎 쓰고 근무하던 기존의 은행에서 현재의 은행으로 자리를 옮겨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번 위험을 무릅쓰고 옮겨 성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두려움이 없다. 하지만 한 직장에서 15년 20년 계속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의사 결정에 대단히 신중하고 변화를 두려워 한다고 하는 이야기이다.

 

글을 쓰고 있는 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 직장에서 20년을 일하다 보니 지금 와서 직장을 옮기거나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이 참으로 쉽지가 않다. 회사를 옮길 좋은 기회가 많고 이제 개인적인 사업을 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 분명함에도 자꾸만 미련을 가지고 주저주저하게 된다.

 

과감히 떨쳐버리고 새 일을 할 때 오히려 더 많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   

<2004/7/8 이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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