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피부로 느껴지는 불황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9. 3. 2. 23:08

디트로이트의 평균집값이 칠만 불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현재의 경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확하게 현실을 반영해 주고 있는듯하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인 디트로이트에서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의 수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으니 집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평균집값이 칠만 불로 떨이진다는 건 믿을 수 없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백퍼센트 자기 돈으로 집을 사지 않는다. 자기돈 십 내지 이십 퍼센트만 내고 나머지 팔, 구십 퍼센트의 돈은 은행에서 빌려서 산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원금과 이자를 갚아나간다. 그런데 집의 가치가 은행에서 빌린 돈의 가치보다 더 떨어지니 집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다른 친구는 여기에 모인 몇 명이서 돈을 모아 디트로이트에 집을 사 두자면 어떻겠느냐고 한다. 집값이 그렇게 싸니 사두었다가 여름 한철 서로 돌아가면서 휴가지로 써도 되겠다며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동네에서 그로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친구는 낮 시간에 보이지 않던 얼굴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여 낮 시간에 가게로 물건을 사러온다는 것이다. 하이웨이 세븐을 지나다 보면 공장이나 사무실을 포기하고 내어놓는다는 팻말이 무척 많이 보인다고도 한다. 불황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덧붙인다. 장사를 하는 장에서 매일 매상을 확인하니 불황인지 아닌지는 금방 알 수가 있으리라. 심각한 문제는 이 불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불황의 끝이 어디일지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경제 어려우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앞을 내다볼 수 없으니 너나 할 것 없이 주머니를 닫는다. 더 나빠질 것이라 예상하고 돈을 쓰지 않는다. 차가 아무리 낡아도 여간해서 새 차를 사려하지 않는다. 차를 사지 않으니 자동차 공장의 운영이 어려워지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직장에서 해고를 당한 사람들은 돈을 벌지 못하니 가게에 와서 물건을 사려하지 않는다. 너 나 없이 지출을 최대한 줄인다. 이에 따라 가게의 수입은 줄어들고 물건이 팔리지 않으니 공산품을 만들던 공장은 줄줄이 문을 닫는다. 자동차 회사는 TV광고를 줄인다. 광고수입이 줄어들어 지역에서 운영하는 방송국이 문을 닫는다. 자동차 공장에 부품을 납품하던 회사들도 직원들을 해고하거나 공장의 문을 닫기 시작한다. 경제란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상호 작용을 하는 것이다.  

경제에는 심리적 요소도 다분히 작용을 한다. 경제가 나빠지면 사람들은 더 나빠질 것을 예상하여 돈을 쓰지 않는다. 경제인이나 정치지도자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앞으로 경제가 좋아질 것이니 너무 위축되지 말라고 해야 할지 경제가 더 나빠질 수 있으니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한다고 말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미국 대통령 오바마도 최근 연설(지난 화요일 저녁)에서 미국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이 연설을 하기 일주일 전에는 애리조나 주에서 위기(crisis)임을 환기시키며 이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자면 당연히 위기에 처했다고 하는 편이 더 옳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가 계속 나쁘질 것이라고만 이야기하면 사람들이 소비를 더 줄여 경제가 더 나빠지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어렵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실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어려운 시기에는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어려움을 견뎌내야 한다.


<Buffett optimistic amid crisis>

Warren Buffett says the economic turmoil that contributed to a 62 per cent profit drop last year at the holding company he controls is certain to continue in 2009, but the revered investor remains optimistic. Buffet released his annul letter to Berkshire Hathaway shareholders Saturday, and detailed the worst of his 44 years leading the Omaha-based company 

(Source: Monday, March 2, 2009 Metro page 6)

 

* revere : v: adore, exalt, honor, reverence, venerate, worship

           ant: dishonor   

                     

'나누고 싶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미라  (0) 2009.03.02
자신의 몫  (0) 2009.03.02
목을 치면 술이 나온다  (0) 2009.02.28
영국에서의 전화  (0) 2009.02.12
눈 내리는 아침  (0) 2009.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