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머무르고 있는 큰아이는 한주일 동안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거쳐 영국 브리스톨로 돌아왔습니다. 이틀을 쉰 뒤 이태리 밀라노로 떠났습니다. 밀라노에서 이틀을 보내고 돌아와 삼일을 쉰 뒤 이십일 여정으로 동유럽으로 떠났습니다.
헝가리와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짤스부르그, 체코의 프라하를 거쳐 영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첫 여행지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 무사히 도착 하였다는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털끝만큼의 두려움이나 주저함도 없이 선뜻 떠나는 딸을 보며 젊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임을 확인합니다.
엔젤이라는 친구를 만났습니다. 엔지는 시베리아 출신의 유태인입니다. 시베리아를 떠난 후 이스라엘에서 8년을 살았고 최근엔 스위스에서 8개월 동안 거주하다 토론토로 왔습니다. 이스라엘에 살면서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에 대한 생각할 시간이 많았다고 합니다. 푸른 눈동자가 유난히 인상적인 엔지는 예술가나 철학자의 모습입니다. 잠깐만 이야기를 나누어도 생각이 깊은 사람임을 알게 됩니다. 엔지는 세상 구석구석을 여행해보고 싶다고 합니다. 세상을 두루 다니며 배움을 얻겠다는 의미로 들렸습니다.
봄비가 주룩주룩 내립니다. 아이리시크림의 구수한 커피 향을 마시며 영 스트리트를 지나다니는 차들을 바라봅니다. 막 고향을 떠나 이주해 온 사람들, 대를 이어 이곳에서 사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성실히 살고 있습니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읽고 쓰는 세컨 컵에는 육십 대 초반 머리가 희끗한 한 남성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매일 동일한 자리에 앉아 세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글을 씁니다. 개인적으로도 글 쓰는 일을 즐겨하기에 동류의식도 느낍니다.
글을 쓸 때면 행복합니다. 글을 쓰면서 내면의 자아와 깊은 대화를 나눕니다. 때론 기쁨이 샘솟기도 하지요. 억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강할 땐 아이디어가 고갈됩니다. 최근 저의 상태가 그렇습니다.
수필분야의 글을 주로 쓰다가 혼자서 만족하는 글보다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한 달 가량 그런 글을 쓰려 노력해 왔습니다. 나름대로 괜찮은 내용도 있었으나 만족스럽지 못한 내용도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