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자연이 주는 선물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09. 6. 29. 11:41

옆집 친구 폴이 자신의 별장(카티지)으로 초대를 했다. 우리를 초대한 데는 자연이 주는 기쁨을 발견해 보라는 뜻도 있었을 것이다.

온타리오의 숲은 넓고 깊다. 숲 가운데 길을 내고 작은 집을 지었다. 폴 혼자 지은 집이다. 하버드 대학을 마치고 숲으로 들어가 손수 집을 짓고 자연과 벗하며 살았던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생각난다.

소로우는 윌든 호숫가 숲 속에 집을 짓고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글로 남겨 전해주었다. 스캇과 헬렌니어링도 도시 생활 버리고 숲 속에 들어가 최소한의 소비를 하면서 살았다. 

사실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는 그리 많은 물질이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고 안달하고 애쓰다 가진 것조차 누리지 못하고 떠난다. 어쩌면 욕심을 버리고 자연이 주는 축복을 누리면서 사는 게 더 지혜로운 삶일지도 모르겠다.

폴은 제너레이터를 돌려 스스로 전기를 만들어 쓰며 대부분의 주말시간을 이곳 별장에서 보낸다. 토론토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은 족히 걸리는 먼 거리이지만 마다하지 않고 달려오는 건 자연이 주는 자유와 기쁨 때문일 것이다. 

집 앞으로 강이 흐르고 강에는 비버가 산다. 첨벙하는 소리가 들려 다가가니 저 만치 달음박질해 간다. 숲속에 들어와 여름 한 철을 지내면서 지내는 것도 좋겠다싶다. 

폴의 별장 옆에는 쉐리(폴의 아내)의 오빠 빈스와 마리아 내외가 산다. 마리아가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였다. 

어릴 때 떠나온 조국 포르투갈 국기가 집 앞에 꽂혀있다.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나 동일한가 보다. 자녀들을 모두 출가 시킨 그들은 주말뿐 아니라 주중 대부분의 시간도 자연 속에서 보낸다고 한다.

빈스와 마리아 내외는 야외에서 스테이크와 생선을 구워 정성껏 저녁을 준비해 주었다.

식사를 대하며 정을 나누었다. 자연은 사람을 꾸밈없이 또 순수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동양에서 온 이방인을 마치 제 식구처럼 따뜻이 맞아주는 따뜻함은 어쩌면 자연이 그들에게 준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와인을 곁들인 저녁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식당에서 먹는 그 어떤 식사보다 귀하다. 디저트로는 과일과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마리아의 따뜻한 마음이 진하게 전해져 온다.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오자 초승달이 하늘에 걸려있고 별은 쏟아질 듯 총총하다. 숲 속은 참으로 묘한 끌림이 있다. 아침과 낮 저녁 공기가 다르고 밤의 공기가 또 다르다. 숲 속에서만 맞을 수 있는 신선한 공기는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큰 선물이건만 도시생활에 익숙한 우리는 인식조차 못하고 살아간다.

대자연의 거울에 비춰진 탐욕스런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탐욕과 시름을 모두 내려놓고 숲으로 들어와 자연의 경이에 취해 살아보고도 싶다. 자연은 우리 모두를 겸손하게 하는 좋은 선생님이다. 

 

 

 

 

  

 

 

 

 (폴과 쉐리)

 (마리아)

 (마리아와 남편 빈스)

 

<헨리 데이비드 소루우를 소개한 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당시 하버드 출신의 대학 동료들이 좋은 직업을 찾아 돈 버는 일을 시도할 때 남들이 가는 길을 거부하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찾고자 하는 모험에 나섰다. 그는 미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시에서 남쪽으로 2㎞ 남짓 떨어진 윌든 호숫가 숲속에 오두막집을 짓고 2년2개월 동안 노동과 학문의 삶을 살면서 그 사상과 인격이 무르익게 되었다. 이 기간이 소로우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의미 있는 시기였다.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방향타가 되었다. 그는 이 기간의 삶의 기록을 '윌든'이라는 이름으로 출간, 세계적인 명저가 되었다.

그는 미국 문학과 사상을 대표하는 인물이 되었고, 현대의 생태학적 자연사상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그의 사상과 삶은 간디와 마틴 루터 킹의 시민불복종 운동에도 커다란 사상적 기초를 제공했다. 그가 살았던 오두막집 돌무더기 곁에 세워진 널빤지에 이런 글이 새겨져 있다.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한번 내 식대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즉 삶의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하여 인생이 가르치고자 한 것을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해서였다.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에 이르렀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윌든'을 씀으로써 인류에게 값진 유산을 선물했다. 소로우의 생활 신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단순하게, 단순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그대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가 되도록 하지 마라!"

 (Source : 2009년 4월 20일자 국민일보 로뎀나무에 기고한 김원배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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