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국가고시 시험을 준비하는 딸아이를 딸 아이를 태워준 후 욕밀과 레즐리에 위치한 몰의 맥도널드에 왔습니다.
자리 맞은 편엔 학교를 땡땡이치고 사랑을 나누는 고딩 한 쌍이 앉아있습니다. 서로 마주 보며 끊임없이 재잘거립니다. 남자 녀석은 여자친구의 얼굴에 뽀뽀하기도 하고 허벅지를 어루만지기도 합니다. 수업을 빠지면서까지 서로에게 빠져있는 모습을 보니 한편 철없어 보이기 하고 한편 귀엽기도 합니다.
바로 옆자리엔 비슷한 나이의 소년과 중국인 엄마가 앉아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소년은 다운신드롬을 앓고 있습니다. 엉뚱하게 소리를 지르면서 기쁨을 표현합니다. 닭 날갯짓하듯 팔을 아래위로 움직이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댑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놀이를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는 노트 패드를 꺼내어 인터넷 검색을 합니다. 가끔 아들에게 사진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들은 그런 엄마가 있어 안심인지 혼자서 열심히 먹습니다.
어떤 친구는 너무 잘생겨 여자친구(사실 여자친구도 보통 잘 생긴 게 아닙니다.)와 함께 수업에 빠지면서까지 사랑을 나누고 어떤 친구는 다운신드롬을 앓아 기뻐하면서까지 눈총을 받아야 합니다. 엄마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도 없습니다.
두 커플을 보면서 세상이 참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달리 생각해보면 공평한 면도 있기는 합니다. 사랑을 나누는 친구들이 저토록 잘생기고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데 공부까지 잘하여 출세에 출세를 거듭한다면 별 재미가 없겠지요.
그래서 사후세계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땅에서 선하게 살고 잘못한 것이 없는 사람이 몹쓸 병에 걸려 일찍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면 이해가 안 되지요. 다운신드롬을 앓는 아들은 앓고 싶어서 앓는 게 아닙니다. 여린 마음에 돈 빌려달라는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빌려주었다가 돈 잃고 사람 잃은 경우도 빈번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평안해야 할 노후에 힘들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도 반전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라도 사후세계는 반듯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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