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한 달 보름의 휴가를 얻어 토론토로 돌아옵니다. 이십 대 중반 황금 같은 시기에 책과 씨름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계속하는 딸이 대견합니다. 삼 년 반 동안 학비 등의 비용으로 지출되어야 하는 돈이 삼억 원 넘지만, 충분히 쓸만한 가치가 있는 돈이 아닌가 싶습니다. 캐나다에서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이십만 불에서 삼십만 불이라고 합니다. 큰딸의 경우 대학원 공부에 들어가는 돈이 그 정도 입니다. 아이에게 보낸 메일을 올려둡니다.
사랑하는 지혜에게
사 개월 간의 학교생활을 마치고 토론토로 돌아오는 딸을 환영한다. 지난 몇 달 동안 공부하느라고 수고가 많았다.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힘들기도 했겠지만, 그 시간이 매우 유익했었다고 추억 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야.
공부할 때의 고통은 잠깐이지만 못 배운 고통은 평생을 간다고 했다.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배워두면 훗날 환자들을 대할 때 큰 도움이 되지 않겠니. 대충 시간을 보낸다면 별 보람이 없을지 모르지만, 딸의 경우 공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기에 훗날 보람도 크리라 믿는다.
피카소 전시회 입장권은 잘 받았다. 아빠와 친하게 지내는 박성민 시인이 오월 초 피카소 전시회에 다녀온 후 신문에 칼럼을 썼더구나. 그 글을 읽고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 마침 입장권을 보내주었구나.
딸이 예술을 잘 이해하고 그 가치를 알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아빠를 기쁘게 한다. 예술의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살 것임은 분명한 이치 아니겠니. 딸이 보내준 티켓으로 피카소의 작품을 감상하게 되었으니 감동이 더 할듯하구나.
가족 여행의 장소와 시간은 돌아온 후 함께 의논 하도록 하자. 지혜의 이야기대로 이번이 아니면 앞으로 가족 전체가 함께 시간을 내기가 만만치 않을 듯해. 6월 중순이 적당할 듯하구나. 개인적으로 6월 11일부터 14일까지 주빌리 영성연구소가 주관하는 침묵수련회에 참여할 예정인데 이 기간을 피하여 적당한 시간을 택해 보자꾸나. 미국 쪽의 라스베가스나 시카고, 필라델피아, 캐나다의 조지언 베이나 사스케치완, 캐네디언 록키 등 여러 장소를 고려하여 네 식구가 함께할 최적의 시간과 장소를 택했으면 좋겠다.
오늘 아빠가 사랑하는 딸에게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지혜는 존재 그 자체로 아빠와 가족에게 크나큰 기쁨이요 행복이라는 것이다. 지혜 너는 분명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야.
이틀 후 토론토에서 만나자.
2012년 5월 15일(한국에서는 스승의 날)
토론토에서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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