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배님은 영 스트리트와 카빌(16th) 근처에 사십니다. 이탈리안들이 모여 사는 곳으로 집터가 무척이나 큽니다. 뒤뜰의 넓은 공간을 이용하여 농사를 하신 지가 십 년이 넘으셨습니다. 마당 가운데 사과나무가 커다랗게 서 있고 쉴만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체리 나무도 있습니다. 삼십 년 전에 지어진 집입니다.
저녁을 먹은 후 농사짓는 법을 전수받으러 선배님 집을 찾아갔습니다. 올해는 날이 가물어 농사가 잘 안되었다고 하십니다. 한창 수확하여야 할 오이가 제대로 자라지 않아 아예 걷어버렸다고 하셨습니다. 호박 넝쿨은 비교적 무성하나 평년보다는 수확이 적다고 합니다.
땅을 고르는 법과 음식물 쓰레기를 땅속에 묻는 법 등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석회질이 많은 땅은 한번 뒤집은 후 잘 골라주라고 하셨지요. 음식물 쓰레기를 그냥 버리면 너구리가 와서 밭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니 땅에 뭍은 후 철망 같은 것으로 덮어두면 좋다고 합니다. 직접 시범을 보이며 고랑을 일구는 법과 마늘 심는 법도 알려주셨지요.
칠십이 가까운 나이임에도 청년처럼 몸이 탄탄하십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농사를 하니 젊어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은 시절 이곳 토론토에서 한국 식품점을 운영하셨습니다. 김치를 담그고 반찬을 만들어 팔기도 하셨지요. 그런 경험 때문인지 사모님은 큰일도 두려워하지 않고 척척 잘 해내십니다. 지금은 따님의 아이를 돌봐주고 계시지요. 세상에 나온 지 삼 개월 된 손주가 할머니 얼굴을 알아보고 방실방실 웃을 때는 그렇게 귀할 수가 없다며 해맑게 웃으십니다. 표정만으로도 손자를 향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느껴집니다.
내외분이 사시는 동네는 지금 큰 저택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땅이 넓은 집을 사서 오래된 집은 허물어버리고 새로운 저택을 짓는 것이지요. 새롭게 지어진 집은 300만 불(한국 돈으로 34억가량) 이상에 거래되곤 합니다. 렌치 스타일의 넓은 땅에 저택이 지어지니 보기에 무척 좋았습니다. 가까운 곳에 한국 분이 사셨는데 십만 불(일억 천삼백만 원)이나 들여 살던 집을 수리한 후 팔았는데 새로운 주인은 그 집을 밀어버린 후 저택을 지었다고 합니다. 이 선배님이 사시는 집의 가치는 150만 불(17억 원가량) 정도라고 합니다. 자녀 잘 키우고 열심히 일한 후 그 정도 가치를 지진 집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니 복 받은 것이지요.
차와 과일을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 보니 보름달이 떠있습니다. 휘영청 밝은 달을 보니 고향의 정취가 느껴집니다.
본 시니어 대학 글쓰기 반의 봉춘자 선생님(70세)께서 쓰신 글을 올립니다.
화초들아 안녕?
봉춘자
언제부터인가 나도 화초를 가꾸게 되었다. 내가 기르는 화초들은 싱싱하지도 않고 그저 생명이 있으니 연명하는 정도이다. 하나 둘 얻어다 기른 것이 스물한 통씩이나 되지만 이름도 모른다. 애틋한 마음과 사랑으로 애지중지 어루만지며 좋아하는 기색도 없이 그저 말라 죽지 않을 정도로 물이나 주며 지내는 것이 다였다.
하루는 텔레비전 방송을 통하여 생명이 있는 생물계에 대한 의사소통이란 프로를 보았다. 물 두 병을 놓고 실험한 사실을 발표했다. 한 병의 생수 물병에 대고 좋은 말 예쁜 말로 “물아 너 참 깨끗하고 맑으며 예쁘구나! 네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유익을 주며 함께 생존하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참 고맙구나.”라며 이야기를 했다. 다른 한 병에게는 ‘밉다’, ‘나쁘다’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그 결과 처음 병의 물은 결정체를 이루더니 수정처럼 예쁘게 나타났다.
두 번째 병의 물은 맑기는 하나 사람이 맥 빠진 것처럼 힘이 없고 흐트러져 있었다. 또 다른 동식물에 대한 실험에서도 좋은 음악으로 아름다운 말을 하고 정성을 들인 것들은 무관심으로 길들이는 것들보다 건강하고 생명력도 강하게 잘 자라더란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나는 식물들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적은 공간이지만 창문 가에 줄지어 놓은 화초들을 하나씩 들여다본다. 조용하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의 화초들아 안녕? 잘 잤지 나도 잘 잤단다. 잘 크고 향기롭고 예쁜 꽃도 피워 참 아름답구나.”하며 나도 웃음 짓는다.
화초들은 나의 말을 알아듣듯이 이쪽에서 깍궁 저쪽에서 깍궁 소리를 지른다. 창으로 흘러드는 바람의 노래에 맞추어 한들한들 춤을 추며 나를 반겨준다.
지금의 화초들은 이전보다 아름답게 자라고 있으나 이름을 모르는 것이 많다. 속히 알아내어 하나하나 이름을 부르며 좋은 말 예쁜 말로 속삭여 주고 싶다. 그러면 더 좋은 반응이 있지 않을까?
요즈음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화초들 곁으로 가서 “별일 없지? 나도 잘 다녀왔단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여린 화초들과 좋은 말 예쁜 말로 속삭이는 재미를 톡톡히 보는 것 같다. 이것이 인지상정이라는 말인가?
무관심 때문에 죽고 사는 큰일들이 일어난다고 하니 무관심이야말로 우리의 큰 적이 아닐 수 없다.
이 세상 살아가는 인생사가 아무리 고달프고 힘들다 하여도 화초들이 속에서도 인간인 우리와의 인연으로 함께 생존하면서 좋은 말 나쁜 말 가려낼 줄 아는 데 우리가 이웃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맺으며 살아야 할 것인지 되짚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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