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어느 토요일 아침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2. 8. 13. 23:57

  토요일 아침입니다. 주룩주룩 비가 내립니다. 사흘째 제법 많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이번 비로 꽃이며 나무, 들풀과 잔디가 생기를 얻었습니다. 그동안 너무 메말라 있었는데 충분히 해갈이 될듯합니다.

비는 들뜬 우리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역할도 합니다. 가만히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게 합니다. 앞으로 전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렇듯 잠시 전진을 멈추고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여자배구가 일본과 3-4위전을 치렀습니다. 이겼으면 하였지만 아쉽게도 세 세트를 내리 내어주며 지고 말았습니다. 4위를 차지한 우리 선수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4강에 오르기 위한 이탈리아와의 경기는 멋진 경기였습니다. 세계 랭킹에서 우위에 있는 그들을 너끈히 이기고 올라온 우리 선수들이었습니다.

얼마 전 이탈리아인들이 주로 가는 식당에 갔더니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탈리아와 한국의 펜싱 경기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지요. 한국 선수들의 선전에 놀라워하는 듯 했습니다.

 

경기에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력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 조금씩이라도 발전해가는 건 더 중요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다 보면 기회는 있게 마련이니까요.

 

정진홍 씨가 자신의 칼럼정진홍의 소프트 파워(중앙일보)’에 쓴호케스의 올림픽을 옮겨 놓습니다.                  

 

호케스의 올림픽

정진홍

1941년생이 올림픽에 출전했다면 곧이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42년생이니 그보다도 한 살 더 많은 이가 임원도 아닌 선수로 출전했다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거릴 만하다. 하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일본의 승마 대표선수로 출전한 호케스 히로시(法華津<5BDB>)의 올해 나이는 정확히 71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최고령 출전선수였는데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23세였던 1964년 도쿄 올림픽에도 일본의 승마 대표선수로 출전했었다. 그 후 44년 만인 2008년에 다시 올림픽 무대로 돌아와 세간의 화제가 된 바 있었다. 이번 런던 올림픽은 그의 세 번째 올림픽인 셈이다.

하지만 호케스와 올림픽의 인연은 사연이 많았다. 그는 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도 일본대표팀 후보로 뽑혔지만 끝내 출전하지 못했다. 그 후 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출전권을 따놓고서도 자신의 애마(愛馬)가 출국 검역에서 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보여 반출 불가 판정을 받자 말과 함께 올림픽 출전을 포기한 쓰라린 기억이 있는 사내다. 그 일이 있은 후 호케스는 사실상 선수생활을 그만뒀다. 일본의 명문 게이오대 출신인 그는 그 후 사업가로 변신해 외국계 제약회사의 대표로 활동하다가 2003년 정년퇴직을 했다. 이를 계기로 호케스는 다시 승마로 돌아와 제2의 도전을 감행하게 된다. 그는 예순이 넘은 나이에 가족을 일본에 남겨둔 채 혈혈단신 독일 아헨으로 승마 유학을 떠났다. 승마의 본고장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호케스는 기술과 기량 면에서 젊은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유럽 각지에서 열린 승마대회에서 입상해 마침내 일본 국가대표로 다시 선발되기에 이른다. 이처럼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이어졌다 끊어졌다 다시 이어진 그와 올림픽의 인연은 실로 놀랍고도 감동적이다.

호케스는 베이징 올림픽 당시전 세계 노인들의 희망이 되겠다며 출전 소감을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내심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후 더 이상의 올림픽 출전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동일본 대지진을 겪은 일본 국민의 낙심하고 낙담한 심정에 포기하지 않는 마음과 불굴의 용기를 불어넣고, 특히 일본의 노인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내기 위해 다시 올림픽에 출전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한다. 비록 그는 며칠 전 런던 올림픽 마장마술 경기에 출전한 결과, 메달과는 거리가 다소 멀었지만 그런 순위와는 상관없이 일찌감치런던 올림픽을 빛낼 10인의 수퍼스타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그는 우리에게 진정 올림픽이 무엇인지를 보다 근원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든 사람이었다.

승마는 기수 못지 않게 말도 주인공이다. 현재 호케스 히로시의 애마는 위스퍼라는 이름의 15세 된 암말이다. 호케스는 스스로나이가 조금 많은 편이지만 아직 쓸 만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수의사들 눈에는 퇴출 직전의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케스는 사람의 나이가 많다고 인생이 끝난 것이 아니듯이 말이 나이가 많다고 경기에 나갈 수 없는 것은 아니라며 애마 위스퍼를 극진히 돌봤다. 그리고 마침내 호케스와 위스퍼는 한 호흡으로 런던 올림픽에 나가 자신의 인생을 담은 멋진 마장마술 경기를 펼쳐보였다.

1m68, 몸무게 62㎏인 호케스의 체형은 대학 졸업 당시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매일 승마를 거르지 않은 게 비결 중 비결이란다. 그는 회사를 경영할 때도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말을 타고, 말과 대화한 후 출근했다고 한다. 그 한결같음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음에 틀림없다. 그는 말한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목표가 있으면 늘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그는 지금 나이에도 말을 탈 수 있어 기쁘고 아직도 하루하루 실력이 늘고 있음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죽는 날까지 결코 승마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그야말로 정말 멋진 올림픽의 전설이 아니겠는가.

[중앙일보] 2012.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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