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가꾸기 달인

 

이웃에 정원을 잘 가꾸는 어르신이 계십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사시다 1969년 캐나다로 오셨습니다. 캐나다로 오신 후에는 CN(Canada National Railway)에서 통신 관련 기술자로, 코디네이터로 34년 일하다 65세에 은퇴하셨지요. 61년에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군 생활을 마친 후 약 7년을 일하다 캐나다로 오신 것이라고 하십니다.

지금은 정원을 가꾸며 살아가십니다. 공원을 접하고 있는데 숲이 우거져 깊은 산골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입니다. 무궁화 꽃이 이곳저곳 피어있고 잘 익은 토마토가 주렁주렁 달려있습니다. 무궁화 나무는 씨앗이 떨어져 저절로 자랐습니다.

 가지가 탐스럽게 달려있고 고추랑 호박도 보입니다. 달리아, 칸나, 블랙 아이 수지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채색 옷을 입었습니다. 크고 작은 화분에는 라벤더를 비롯한 허브가 오롯이 피어있습니다.

토마토 등 채소와 꽃 씨앗 받는 법을 배웠습니다. 받은 씨앗을 플라스틱 통에 넣지 않고 종이 봉지에 넣어 보관합니다. 종이가 습기를 흡수하여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씨앗은 그늘에서 바짝 말리는 것이 좋다고 하시며 토마토 씨앗을 받는 법을 직접 보여주셨습니다. 싹을 틔울 때 쓰는 흙(Potting & Seeding 용)은 따로 있습니다. 매년 100포대 정도를 흙을 사서 수시로 뿌려준다고 하니 보통 정성이 아니시지요. 

어르신 옆집에는 그리스(마케도니아)에서 오신 할머니가 계시는데 11월 말 경 플로리다로 내려가 3월 말이면 토론토로 돌아오신다고 합니다. 할머니와 씨앗과 모종을 주고받으신다고 하셨습니다.

토마토는 자라는 대로 둘 것이 아니라 줄기를 솎아 주면 열매가 튼실하게 자랍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배운 것인데 토마토가 많다 보니 일일이 줄기를 따주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토마토도 네 종류입니다. 체리 토마토라 불리는 방울토마토, 이탈리안 들이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 때 쓰는 긴 토마토, 둥근 모양의 비프 토마토, 관상용으로 주로 쓰는 화분용 체리 토마토가 그것입니다. 달리아 또한 붉은색, 노란색, 흰색 등 세 종류가 있습니다. 붉은빛의 셀로시아(CELOSIA)가 작은 화분에 앙증맞게 피었습니다.

비료도 여러 종류입니다. 토마토에 주는 비료, 묘목을 심을 때 쓰는 비료(10-52-10), 꽃에 뿌려주는 액체 비료(20-20-20) 등이지요.

 카디날이 자신의 예쁜 모습을 보아나 달라는 듯 지붕 위에 앉아 노래합니다. 여자친구가 오자 신이 난 듯 포르르 날아다닙니다.

씨앗에서 싹을 틔우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죽어가는 채소를 살려내는 걸 바라보는 기쁨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하십니다. 포도 나무 아래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느긋이 신문을 읽는 기쁨이 있는가 하면 직접 흙을 만지고 채소를 키우고 꽃을 가꾸며 얻는 기쁨도 있습니다. 사모님은 전자에 속하고 자신은 후자에 속한다며 해맑게 웃으십니다. 74세라고는 믿어지지 않습니다.

3월 하순에 씨앗에서 싹을 틔워 모종을 키우다가 4월 중순이나 하순 혹은 빅토리아 데이에 심으면 좋습니다. 상치는 어지간히 추운 날씨에도 견딘다고 하는군요. 11월 말 땅이 얼기 직전 씨앗을 심어놓으면 이른 봄 튼실하게 자란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정원 가꾸기에 대해 강의를 하셔도 좋으실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 들어서 정원 가꾸기는 다른 어떤 취미보다 더 좋은 취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남자가 집에 틀어박혀 씨앗이나 받느냐고 합니다. 또 정원을 가꾸며 사는 사람들은 생명의 신비를 느끼며 정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골프를 하는 것보다 백배 낫다고도 하지요. 사실은 둘 다 가치가 있고 할만한 것들입니다. 나이가 들고 보니 이런 것들을 모두 소화하고 수용할 수 있는 여유와 지혜가 생겼다고 하십니다. 어떤 경우이든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지 않고 스스로 즐길 수 있으면 좋다는 것이지요.  

 

 달리아, 코스모스, 각종 허브

 호박, 노란 셀로시아

 셀로시아

 케일, 블랙 아이 수지

 조롱박

 무궁화, 블랙 아이 수지

 뽕나무

 방울 토마토바

각종 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