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이름모를 풀 한 포기가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2. 9. 5. 22:05

 

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님이 계십니다. 생떼 같은 아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납니다. 아이스하키를 잘했고, 정의감이 있고, 의리가 있었던 남자 다운 남자였습니다. 리더십이 있어 많은 후배가 따랐지요. 결혼도 하지 않은 젊은 아들이 떠난 후 일 년이 지났습니다.

부모님은 아들을 아직 마음에서 떠나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내외는 매일 아들의 무덤을 찾아갑니다. 찾아가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겠기에 찾아가시는 것이지요. 부모님은 마치 자신들이 무엇인가 잘못하여 아들을 떠나보냈다고 생각하십니다.

이제는 아들을 떠나보낼 때가 되었으니 무덤에는 찾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이 말을 대놓고 할 수는 없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고 떠나보낼 수 있을 때 진정으로 떠나보낼 수 있을 터이지요.

주변 사람들이 위로한답시고 하는 말이 전혀 도움되지 않습니다. “얼마나 힘드세요?”, “이젠 아드님을 마음에서 떠나보내세요.” 이런 상투적인 인사가 마음을 더 아프게 합니다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신들의 마음을 이해할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싶습니다.

만일 비슷한 상황에서 자녀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사람이 있다면 그분들은 존재 자체만으로 위로가 될 것입니다. 누구도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그 심을 이해할 수 없지요.

우리가 겸손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알게 모르게 고통을 당합니다. 경제적으로 고통을 당하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자녀 문제로 고심하는 가정도 있습니다. 젊은 나이에 건강을 잃고 죽음에 직면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정신적인 아픔을 겪는 예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 앞에서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다면 따귀 맞기 십상이지요. 실제 따귀를 때리는 사람은 없겠지만, 속으로는 열 대라도 더 때리고 싶을지 모릅니다.   

최근 암이 전이되어 키모 치료를 받는 분이 계십니다. 오십 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중이지요. 한 줄기 희망은 키모 치료가 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체중도 정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아픔을 경험해본 사람만이 아픔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아픔을 경험하지는 못하였지만 최근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은지라 전혀 딴 세상 이야기로만 들리지는 않습니다.

동녘에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이름모를 풀 한 포기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를 바쳐라  (0) 2012.09.10
바램은 현실이 됩니다  (0) 2012.09.06
영혼에 내리는 빗줄기  (0) 2012.09.05
상념  (0) 2012.09.03
정원 가꾸기 달인  (0) 2012.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