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노래하는 모임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2. 10. 19. 01:09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하는 이웃이 있다. 암을 극복한 시인, 얼마 전 신경 수술을 한 회사원(그의 경우 직장에서 받게 될 퇴직금 액수가 20억이 넘는다.), 자동차 부품회사에 다니는 멋진 목소리의 바리톤, MBC 관현악단 단장을 지낸 색소폰 연주자, 무역업을 하는 굵직한 목소리의 신사 그리고 나 이렇게 여섯 가정이다. 토요일은 이들과 함께 갈비 바베큐를 먹으며 삶을 나누었고 어제는 함께 노래했다.

나이가 들어 함께 노래하는 기쁨이 남다르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나의 목소리를 맞추어 화음을 이루어낼 때 짜릿한 전율을 느끼곤 한다. 어우러지는 소리는 몇몇 사람이 목청껏 질러대는 소리가 아니다하모니는 상대의 소리에 자신의 소리를 적용해 크면 줄이고 작으면 키우는 데 있다. 어쩌면 삶의 이치가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또 다른 노래하는 모임은 남성들만으로 이루어진 모임이다. 단원들 사이에 나이 차가 상당히 많다. 20대에서 60대까지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노래한다. 남자들만의 중후한 음성으로 마음을 합하여 노래할 때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본 남성합창단이 토요일 저녁 한 자선 무대에서 노래를 하였다. 무대에 올라서 보니 객석에 우리를 응원하러 오신 내외분이 계신다. 그분들을 대하니 힘이 난다. 응원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잘한다고 격려해주고 박수를 쳐주면 신이 나서 더 잘하는 게 당연한 일일 터.

그럼에도 격려하고 응원하는 일에는 인색하다. 각자의 삶에 바쁜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나와 내 가족 생각하기에 바빠 이웃을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도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율동을 겸해서인지 객석의 호응이 좋다. 바쁜 중에도 아낌없는 박수로 응원해주신 내외분께 감사한다. 

 박성민 시인과의 대화

박성민 시인과 제법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 시인은 꾸준히 시를 쓰고 발표하는 사람이다. 토론토에서 가장 많이 쓰고 발표하는 사람 가운데 한 분이다. 작품을 쓰면서 푸념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며 해맑게 웃는다. 시인의 얼굴엔 늘 수줍음과 해맑음이 상존한다.

시가 너무 상업화되어가고 있고 문학이 너무 정치적이 되어가 있음을 지적하며 안타까워한다. 출판기념회에 왜 총영사가 참석해야 하고 한인회장이 참석해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단다. 겉만 번지르르 내세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은근히 꼬집는다.

콩트를 써보면 어떨까 제의를 해왔다.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콩트를 써서 돌아가면서 발표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서너 명이 필진을 이루어 주간지에 발표하면 한 달에 한번 꼴로 순서가 돌아오니 부담도 덜하지 않겠느냐고 한다.

안톤 체홉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박 시인은 열심히 노력하는 학구파임이 분명하다. 그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캐나다로와 토론토 대학 영문과를 나왔으며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다. 캐나다 문인협회에서 신춘문예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지낸 해에는 불루어 연가라는 제목의 시집을 내었다.

201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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