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반전은 반드시 있습니다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2. 10. 17. 23:09

  집을 나서려 할 때 옆집 친구 폴이 다가왔습니다. MPAC에서 통지를 받지 못하였느냐고 묻습니다. 확인하지 않았다고 하니 확인해보라고 합니다. MPAC은 재산세를 결정하기 위해 부동산을 감정하는 공식감정기관입니다4년에 한 번씩 집의 가격을 감정하여 그 결과를 발표합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4년간 내어야 할 재산세가 결정되지요. 얼마 전 신문에 발표된 내용을 보니 2012 1월을 기준으로 리치몬드 힐 지역이 30%가 조금 넘게 올랐고 제가 사는 본 지역은 26%가량 인상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폴은 또 2년 반 전 결혼한 딸 티나 이야기도 함께 해주었지요. 티나는 결혼을 앞두고 집을 샀습니다. 물론 남편이 될 안드레와 함께 결정한 것이겠지요. 베더스트와 갬블에 34만 불을 주고 조그마한 집을 샀습니다. 아빠가 핸디맨이니 이것저것 손을 봐주었으리라 믿습니다. 티나는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집을 되팔았습니다. 50불 이상을 받았지요. 1년 만에 이십만 불 가량의 시세 차익을 챙겼습니다곧바로 인근에 60만 불을 주고 새로운 집을 샀습니다. 폴의 말로는 티나가 이 집을 95만 불에 내어 놓았다는군요. 집을 산 지 2년 남짓 되었는데 35만 불가량 올랐다는 이야기입니다. 결혼한 지 2년 반 만에 50만 불의 캐피탈 개인(capital gain)을 얻었으니 복도 많지요. 티나는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업무를 담당합니다시장에 대한 분석과 전망 등 감각이 남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머리를 정리하러 다니던 미장원을 갔습니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미장원인데 일곱 살, 다섯 살 된 예쁜 딸을 두었지요. 오손도손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습니다이게 웬일일까요? 들어가려고 손잡이를 여는 순간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창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불이 꺼져있고 집기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급작스럽게 문을 닫게 된 모양입니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부부였는데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열심히 벌어보아야 가게 세를 내기에도 바쁘니 부랴부랴 문을 닫게 된 게 아닐까 상상해봅니다.

어떤 사람은 가만히 앉아 50만 불(5 5천만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었고 어떤 사람은 힘들게 일하며 고생만 하다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불공평하기 이를 데 없는 세상입니다

 

주말마다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강의를 맡으신 분은 70년대 중반 캐나다로 이민온 성공적인 사업가십니다. 뒤쪽에는 중년의 남자분이 앉아계십니다. 원종성이라는 분이시지요. 강사는 내년부터 친구인 원종성씨께 강의를 맡기려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뒷자리에 앉아 친구가 하는 강의를 들으며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몇 주 전부터 이분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웬일일까 싶었지만 구태여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토요일(13일) 강의를 시작하면서 강사는

여러분 인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수강생 중 한 명이

인생은 고통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강사는

이 학생 뭣 좀 아시네.”라며 웃었습니다. 이어 

 "내 친구 원종성이가 오늘 아니면 내일 세상을 떠날 것 같아."라고 말씀하시며 눈시울을 적십니다

귀를 의심했습니다. 이 무슨 청천벽력인가 싶었습니다. 불과 삼 주 전까지만 해도 뒷자리에 앉아 계셨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까요. 얼마 전에는 강사가 출장을 간 사이 강의를 대신하기도 했었지요건강하던 분이 갑자기 죽어가고 있다니 어안이 벙벙합니다.

한 달 전 병원에 가서 검사했더니 위에서 시작된 암이 장기 전체로 퍼져 도무지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특별히 간으로 전이되어 기능이 멈춰지는 바람에 혼수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월요일(15일) 새벽 원종성씨가 세상을 뜨셨습니다. 체력이나 재력, 가정에 전혀 문제가 없고, 주위의 부러움을 샀던 분이셨습니다.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섰고 은근한 미소로 힘이 되곤 하셨습니다. 이런 분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참으로 한정되어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처님 손바닥'이라든가요? 하지만 반드시, 반드시 반전이 있을 것임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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