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께서 돌아가신지 꼭 일 년이 되었습니다. 살아계셨으면 좋았을 터인데 하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아버님께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해드릴 걸, 아버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좀 더 많이 가질 걸 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습니다.
3년 전 가을이었습니다. 토론토로 모시고 와서 토론토의 가을을 보여 드리고 뉴욕까지 여행을 함께하였습니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을 보시며 좋아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오븐에 구운 고구마며 바베큐로 구운 갈비를 드시며 아이처럼 좋아하셨습니다.
뉴욕의 타임스퀘어에서 그 많은 광고판이며 모여든 사람들 등 낯선 광경을 보시며 좋아하셨던 기억도 눈에 선합니다. 월드시리즈가 열리던 즈음 맨해튼의 한 선술집(pub)에 들어가 맥주잔을 들고 부딪히며 자축했던 기억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이 땅에 아버님이 계시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하는 짜릿한 시간들을 더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몇 년 뒤에는 로키 산맥을 보여 드리고 싶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캐네디언 로키는 꼭 가보아야 한다고 추천을 했습니다. 아버님께 장엄한 자연을 꼭 보여 드리리라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았습니다. 삶의 굴레 속에서 주저하는 사이 아버님은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나셨습니다. 왜 미리 이런 날이 올 것임을 짐작하지 못하였는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돌아가시기 삼사 개월 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운동하셨지요. 새벽 네시면 일어나 산이나 공원으로 가시어 날이 밝을 때까지 운동하셨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무엇이라도 나누어주고 싶어하셨지요. 냉장고에 음식을 넣어두면 언제 없어졌는지 없어지곤 했다는 어머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만큼 이웃에 대한 사랑이 크셨지요.
개인적으로 몸이 좋지 않아 한국에 갔을 때 아버님과 포옹을 하며 여위신 몸을 느꼈습니다. 평소 운동을 많이 하시니 그렇다고 여겼습니다. 아버님답게 몸 관리를 잘하시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때는 암세포가 자라던 초기가 아니었을까 상상해봅니다. 당시에 발견해서 치료만 했더라면 얼마든지 더 사실 건강을 지니셨었는데. 무사안일했던 자신이 뉘우쳐집니다. 저는 왜 늘 제 좋은 대로만 생각하다 큰일을 당하고 나서야 후회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말기 암 판정을 받으시고 살 기한이 4개월에서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선고를 받으셨음에도 아들에게 알리지 않으셨습니다. 뇌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아들에게 나쁜 영향이라도 줄까 봐 염려하신 게지요.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아들을 염려하여 알리지 말라고 고집하신 것입니다. 아픔을 견디지 못하면서도 아들의 건강만 염려하셨습니다.
아버님꼐서 돌아가시고 나서 주위 사람들이 당신께서 얼마나 너그러우셨으며 힘이 되어주셨는지 말씀해주셨습니다. 매사에 끝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아버님의 삶을 되돌아보면 고생도 하셨지만, 행복한 삶을 사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히 삶의 마지막 부분은 참으로 복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많이 나누어주시고 많이 즐기신 삶이었습니다.
갈수록 힘이 나고 갈수록 의미 있는 삶을 사셨던 아버님이 자랑스럽습니다. 저 또한 아버님처럼 갈수록 성숙해지고 갈수록 너그러워지며 나누는 삶을 살겠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늘 에너지를 주셨던 당신처럼 살고 싶습니다. 필요한 곳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지만, 평소의 삶 가운데서는 근검절약의 모범을 보이셨던 아버님처럼 저 또한 검소하게 살겠습니다.
자신의 아픔을 좀체 드러내지 않으셨던 아버님이셨습니다. 삶의 마지막 몇 개월 가까이서 아버님을 지켜본 식구들은 당신께서 얼마나 참을성이 많고 입이 무거운 분이셨던가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겉으로는 부드럽고 따뜻하시지만, 내면으로는 강인하고 단호했던 분임을 이야기합니다. 운동을 많이 하시어 왕자가 표시된 복근을 자랑하곤 하셨지요. 그만큼 자기 관리에 철저하셨음을 압니다. 저 또한 아버님처럼 나이 들어서까지 날씬한 몸매, 건강한 체질을 지니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버님께서 떠나신 지 음력으로 일 년이 되는 때 아버님을 추억합니다. 이 땅에서 좋은 삶의 본을 보여주신 아버님 감사합니다. 천국에서 행복한 나날 보내소서.
2012년 10월
큰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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