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한 편의 소설이요 문학이다
한 장례식에 참석했습니다. 고인 되신 분은 검진을 받으러 가셨다가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었지요. 진단 후 3주 만에 세상을 뜨셨습니다. 1933년생이시니 79년을 사셨습니다. 예전 같으면 환갑 진갑 다 지냈으니 원없는 삶을 사셨다고 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팔십은 예삿일이고 구십까지도 무난하게 사시니 아쉬움이 남습니다.
고인은 함경도에서 태어나 월남하신 분입니다. 6.25전쟁에 참전하시어 한쪽 다리를 잃으셨습니다. 발목을 잃으셨기에 불구의 몸으로 사신 게지요. 돌아가신 분의 얼굴을 대하니 무척 평안하고 깨끗해 보였습니다. 평안하고 깨끗한 죽음을 맞으셨을 것으로 짐작했습니다.
막내아들은 추모사에서 아빠가 병석에 누워 “물 가지고 와라, 수건에 물을 적셔 머리에 좀 얹어라.”라고 하실 때 잠잠히 순종하지 못하고 짜증을 낸 걸 아쉬워하며 미안해했습니다. “이토록 빨리, 갑자기 돌아가실 줄 알았으면 그러지 말아야 했었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병간호하면서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지요. 아들은 또 아빠가 눈을 감으신 후 엄마가 “당신, 아내 하나는 정말 잘 얻었어. 나 같이 훌륭한 아내를 얻었으니 행복한 사람이었지.”라고 독백처럼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추모사를 들으며 또 남편을 떠나보내는 아내와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아들딸을 대하며 건강한 가족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국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 속에서 한 역할을 감당하셨고 89년 캐나다에 이민을 와 가장으로 해야 할 역할도 훌륭하게 해내신 분입니다. 장성한 자녀가 사회에서 역할을 잘 감당하는 모습도 보기에 좋았지요.
남편을 떠나보낸 후 독백처럼 하신 어머님의 말씀에 여유와 유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음껏 사랑을 나눈 사람으로, 살아생전 한 아내로서 온 정성을 쏟은 사람으로 할 수 있는 멋진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수필가로 등단하셨다는 소식을 신문 지상을 통해 접한 바 있었기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습니다. 아들은 “아버지 사랑합니다.”라는 말로 추모사를 마쳤습니다.
지난주 박지은 씨가 쓴 ‘염쟁이 유씨’를 읽었습니다. 연극으로 만들어져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지요. 책 속에서는 여러 사례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사연이 있는 죽음들 말이지요. 각자의 삶이 한 편의 소설이요, 문학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죽음을 접할 때마다 이 생각은 더욱 절실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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