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보를 잃어버렸다.
공연이 코앞인데 곡을 제대로 못 외웠다. 안무가 있는 곡이라 더욱 신경이 쓰인다. 노래하면서 춤(율동 수준이긴 하지만)도 추어야 하는데 곡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실수하기에 십상이다. 준비가 부족하다.
공연을 삼일 앞두고 총연습이 있었다. 연습을 마치고 도넛을 나누어 먹었다. 밤 11시에 커피를 마시고 도넛을 먹다니. 몸에 좋지 않음을 알면서도 사람들과의 만남이 좋아 가리지 않고 먹었다. 그래도 다이어트를 해보겠답시고 도넛 하나를 둘로 나누었다. 어쩐지 허전하다. 하나를 더 집어 들었다. 먹으며 생각해보니 이래선 안 되겠다 싶다. 살로 갈 게 뻔하지 않은가. 먹다 말고 가까이 놓여있는 종이상자에 넣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진다. 차는 온통 눈으로 뒤덮였다. 급한 마음에 악보는 잊어버리고 먹다 남은 도넛 반쪽만 챙겨 집으로 왔다. 도넛에 눈이 멀어 중요한 악보를 두고 온 나는 소탐대실의 대가.
악보를 둘만 한 장소를 생각해 보았다. 아내에게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찾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저녁에 만난 아내는 없더라고 했다. 찾아나 보고 말하는 건지 아예 찾을 생각도 않았던 건지.
공연을 앞두고 가사와 곡조를 외워야 하는 데 악보가 없으니 당혹스럽다. 아무리 익숙한 곡일지라도 무대에 오르기 전에 몇 번은 불러보는 게 상례인데.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 이런 경우엔 만사 잊어버리고 잠이나 자두는 게 상책이다.
며칠 전부터 인터넷이 작동되지 않는다. 케이블 회사에 연락하여 모뎀을 바꾸었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았다. 라우터 탓인가? 라우터는 얼마 전 바꾸려다 괜찮은 듯하여 되돌려 주었는데… 저녁 9시경 라우터를 사러 나갔으나 가게 문이 닫혀있다. 눈이 온 탓에 길이 미끄러우니 일찍 퇴근한 탓일 게다. 다음날 가게로 가 라우터를 샀다. 기계치에 가까운 편이지만 용기를 내어 설치해보았다. 거짓말처럼 작동한다. “아, 해보니까 되긴 되네. 브라보!” 예전보다 속도도 빨라졌다.
아내가 악보를 찾아놓았노라고 귀띔해 준다. 지난번에는 찾아보지도 않고 없다고 했다가 남편 모습이 좀 심각해 보이니 제대로 찾아본 것일 게다 어쨌든 찾았으니 다행이다. 사실 잘 해결될 일들을 가지고 며칠 동안 안달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 노력하다 보면 모든 게 잘 되게 되어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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