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실수하며 사는 인생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3. 3. 12. 23:04

    작은 비누를 넣는 통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어디에 가서 사야 하는지 몰랐지요. 한국에서였다면 천 냥 백화점이나 잡화상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었을 터입니다. 비누만 비닐봉지에 넣어 다니며 샤워를 했습니다. 다니는 헬스클럽엔 수건을 제외한 세면도구는 가지고 다녀야 하거든요. 봉지 속에 비누랑 칫솔 치약을 함께 넣어 다니니 칫솔에 하얀 비누가 뒤범벅되어있기 일쑤였습니다. 양치질할 때마다 칫솔에 묻은 비누를 씻어내야 했지요. 불편하기도 했지만,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이삼 년 동안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았습니다.

어느 날 원 달러 스토어에 갔습니다. 혹시나 하고 비누통을 찾아보았습니다. 거기에 제가 원하는 비누통이 있었습니다. 값은 2개에 1달러였지요. 한국 돈으로 치면 하나에 600원쯤 되지요. 비누통에 비누를 넣어 다니니 그렇게 편하고 좋을 수 없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단순한 일을 실행할 줄 모르고 안타까워만 했습니다. 불편하게 살면서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알았습니다.

세상 살면서 이렇듯 단순한 일을 시도도 해보지 않고 불평만 하고 살 때가 있습니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그렇게 살아야 하나보다 생각하는 것이지요. 한국에서 산다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외국에 있으니 으레 그런 것으로 생각하며 참고 사는 것들이 더러 있습니다.  

 

딸아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7월에 미국의사 자격시험(1차)을 치르는데 평일이 아닌 일요일에 보겠다고 했습니다. 토론토의 다운타운에 있는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는데 언젠가 그곳에서 시험을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당시 러시아워에 걸려 거북이 걸음을 하는 바람에 늦게 도착할까봐 안달한 경험이 있나봅니다. 평일에 시험을 보면 9시에 시작하고 일요일에 시험을 보면 10시에 시작된다고 합니다. 시험시간에 맞추어 바이오리듬을 조절하겠다는 것도 이유였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주일에 시험을 보면 마음이 편할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일요일에 시험보는 것에 반대했습니다예배드리는 게 우선이지 시험을 보는 걸 우선해서 되겠느냐는 의견이었습니다. 딸아이와 아내가 옥신각신하는 걸 보고 아내 편을 들었습니다.

딸은 왜 부모가 자신의 삶을 컨트롤 하려느냐고 따졌습니다. 이야기를 듣는 순간 화가 치밀었습니다. 부모로서 의견을 말하는 것인데 왜 컨트롤 한다고 하는지 안타까웠습니다컨트롤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부모의 권위로 바른길을 가르치려 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니 마음이 아픕니다. 26세가 된 딸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 자체가 조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한편 딸의 말이 맞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트롤 하려한다는 이야기가 듣기 싫어 순간적으로 얼굴을 붉혔습니다. 왜 좀 더 온유하게 이야기하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에 가슴 시립니다. 장성한 자녀에게 어디까지가 적절한 충고이고 어디까지가 컨트롤하는 것인지 기준을 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온유함을 실천하며 사는 길은 가시밭길을 걷는 일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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