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3. 4. 19. 23:29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아내는 거울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고 말하곤 한다. 왜 놀랐느냐고 물어보면 자신이 너무 아름다워서란다. 정말로 그렇게 아름다운 줄로 믿고 있다.
사람들은 대개 외모에 대해 그렇게 자신 있어 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족한 부분을 더 아쉬워한다. 그래서인지 성형수술이 대유행이다. 원조 미인인가 아닌가가 논란의 대상이다. 수술하지 않은 사람을 이상하게 여길 정도로 뜯어고친다.
개인적으로 키가 작은데다 대머리이다. 안짱다리에다 평발이다. 오십 대 중반임에도 육십 대 중반으로 보곤 한다. 그나마 모자를 쓰면 좀 나을까. 머리숱이 많은 사람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대머리에다 키까지 작으니 요즈음 같으면 장가나 제대로 들었을까.
아내는 그 반대이다. 자동차 앞자리에 앉아 거울을 보면서 자신이 참 예쁘다고 말한다. “아니 이게 누구야? 예쁜 사람이 앉아있어 깜짝 놀랐네.” 놀랄 정도로 예쁘다고 말하며 실제로 그렇게 믿고 산다. 자신의 외모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않은 사람처럼 말이다.
자신감이 지나친 건 아닐까 싶을 때도 있지만 스스로 그렇게 예쁘다고 믿으니 나무랄 수도 없다. 옆에 앉은 남편은 그저 “그래 당신은 참 예뻐. 내가 복이 많은 사람이지.”라고 맞장구나 치는 수밖에 없다. 아내의 얼굴이 그리 미운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건 결코 아니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에 대해 만족하며 만용에 가까울 정도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
어릴 적 아내는 예쁘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종갓집 이어 집안에 손님이 많이 드나들었는데 어린 소녀인 아내를 보면 늘 예쁘다고 말했나 보다. 손님들이 현명하지 않았나 싶다. 칭찬거리를 찾아 마음껏 칭찬하고 덕담을 하면 뭐 하나라도 더 얻어먹을 수 있을 터. 그런데 그 집 맏딸이 나름 귀엽게 생겼으니 칭찬하는 것쯤이야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대가족이 함께 살았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도 아내를 보면 늘 예쁘고 귀엽다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 예쁘다는 판에 제 자식 예쁘지 않을 부모 어디 있으랴. 이런 이유로 아내는 어릴 적부터 예쁜 사람이라 스스로 규정지은 듯하다. 칭찬이 아내로 하여금 긍정적인 자아상을 만드는데 단단히 한몫하지 않았을까.
그래서인지 오십이 넘은 지금도 자신은 대단히 아름답다고 믿는다.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니 매사에 당당하다.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는 건 건강하다는 징표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말을 주로 하였던가. 예쁘다, 충분하다고 말하기보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지 않았나 싶다. 이제 너 앞에 몇 명 없으니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겠다고 이야기할 때가 많았던 듯하다. 조건 없이 자녀를 칭찬하고 존재 자체를 기뻐하며 감사하기보다 늘 조건을 달았다.
혹 아이들이 만족을 모르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마음이 쓰인다. 충분함에도 부족함을 느끼고 만족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면 곤란하지 않을까. 스스로 완벽해지길 원하면서 다른 사람까지 완벽하기를 강요한다면, 혹 휴식을 모르고 스스로 다그치기만 한다면 그건 알게 모르게 자녀의 삶을 조정하려 했던 아빠의 영향일 게다.
거울에 나타난 모습을 보면서 매우 아름답다며 놀라는 아내가 부럽기도 하다. 어쩌면 저렇게도 긍정적인 자화상을 가질 수 있을까?
지금부터라도 딸들에게 모습 그대로 존귀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싶다. 성공했을 때뿐 아니라 실패했을 때도 늘 곁에서 힘이 되어줄 든든한 후원자임을 말해주고 싶다.
"딸아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너는 하나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존귀한 존재이다. 네가 나의 딸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너로 인하여 기뻐한다. 그리고 많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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