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이역만리에서 수고하는 당신께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3. 1. 30. 01:24

 

이역만리에서 수고하는 당신께

 

나는 이역만리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상상만으로도 당신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곳에서 공부에 열중하실 당신을 생각하면 나 또한 이곳에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하지요.

이제 약 5개월 후면 그곳을 떠나겠군요. 떠나는 날 정말 후회가 없도록 그곳에서의 삶을 잘 마무리 하시기 바랍니다. 순간순간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고 믿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큰 의사결정을 할 때는 편안한 마음으로 바른 결정을 하려고 애쓴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큰 의사결정에는 비교적 실수가 적지 않았나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작은 의사결정은 잘하면서 크고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실수를 하곤 하지요. 큰 의사결정을 잘 못 하면 혼란스러워지고 수렁에 빠질 수 있습니다. 섬을 떠나는 날 후회함이 없도록 그곳에서의 시간들 잘 갈무리 하시길 소원합니다.

패밀리 위크(family week) 행사에 참석할 수 없게 되어 안타깝습니다. 아내만 시간을 내어준다면 가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시간을 내는 게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2주간 휴가를 내어 한국을 다녀온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다시 한 주간 교회에 휴가를 요청한다는 게 어려운가 봅니다. 아내와 함께 갈 수 없다면 혼자서라도 가려고 마음 먹었지요생각해보니 그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괜히 혼자서 가면 당신이 제게 마음을 더 써야 하니 해야 할 공부에 집중할 수 없을 테지요아내에게도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혼자만 욕심을 차린다고 여기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이야기하면 경비문제도 만만치는 않습니다. 짧은 기간 제법 큰 돈이 들어가기에 학비를 조달하기도 벅찬 게 사실입니다. 가게를 그만둔 후 리얼터(Realtor) 자격을 취득하긴 했지만 막 시작한 지라 수입이 없다는 건 아시지 않습니까. 꾸준히 수입이 있다면 이삼 천불의 지출(그곳에 갔을 때 쓰게 될 비용을 예상하면)쯤이야 아무것도 아니겠지요. 현재는 그렇지 못함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이 공부를 잘 마칠 수 있도록 학비를 조달하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당신께서 이런 사실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고 받아들여 주시기 바랍니다.

자녀가 공부하는 곳에 가보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더구나 당신이 계신 그곳이 천혜의 휴양지이고 보면 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훗날을 기약하는 게 옳을 듯합니다. 오래지 않아 당신은 의사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우리 내외 또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겠지요. 시간적으로도 지금보다는 더 자유롭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그때가 되면 아내와 함께 당신이 공부했던 그곳을 방문하겠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하였을 당신의 자취를 찾아보겠습니다

오늘따라 이곳 토론토가 몹시 춥고 또 눈까지 내리니 따뜻한 그곳이 그리워집니다. 푸른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섬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합니다. 머지않은 장래 편안한 마음으로 꼬~옥 다녀오고 싶습니다. 그리고 옛이야기를 하며 활짝 웃고 싶습니다. 지금의 아쉬운 마음을 그렇게라도 달래지 않으면 너무 억울할 듯합니다. 미리 그날을 상상해 봅니다.

이역만리에서 공부에 열중하고 계실 당신을 생각하며 힘내시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예전 군대 생활 할 때가 기억납니다. 제대 날짜를 손꼽아 기다렸지요. 최근까지도 군에서 제대 날짜를 기다리며 애태우는 꿈을 꾸곤 했습니다. 어쩌면 당신도 공부를 마치고 그곳에서 떠날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지요.

저의 경험으로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머지않아 그날이 옵니다. 힘내시고 오늘도 행복한 시간 보내십시오.

2013 1 28

이택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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