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딸의 아픔에 공감하며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3. 10. 10. 09:18

  딸아 인턴 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 비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지?

한 교수님께서는 록(Rock) 음악 특히 롤링스톤즈(The Rolling Stones)’에 심취해 계신 듯하다고. 수술실에서 수술을 하거나 밤을 새워 환자를 돌보며 롤링스톤즈를 듣고 또 가끔 묻기도 하시는데 아는 게 없어 얼버무리면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신다고 말했지.

다른 교수님은 미식축구에 빠져 계신데 자신이 좋아하는 팀과 선수들에 대해 신이 나게 이야기할 때 맞장구를 쳐 드리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었다.

그래 지혜 말이 맞아. 아빠 같아도 많이 안타깝겠구나.

하지만 딸아 사람이 만능일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니? 롤링스톤즈도 잘 알고, 미식축구도 잘 알고, 아이스하키도 잘 알고, 골프도 잘 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사람은 가진 시간과 능력에 한계가 있어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란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분야에 더 시간을 쓰고 빠져들게 마련이야.

지혜는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힙합 댄스에 빠져 있었잖니. 춤을 추는 팀에 들어가 이곳저곳에 공연도 하러 다녔지. 그럴 뿐만 아니라 현지 신문에 인터뷰 기사까지 났었어. 본인은 공부 잘하는 춤꾼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때 나는 장래에 의사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던 듯해. 딸의 인터뷰가 실린 당시의 신문 기사를 아직도 어딘가 보관하고 있을 거야. 댄스 경연(Dance Battle)에 출전하는 등 마음껏 끼를 발산하였잖니? 분명히 말하건대 앞으로 의사 중에 딸처럼 팝핑을 잘할 수 있는 의사도 드물 것이야. 그건 딸이 그만큼 춤에 관심이 있었고, 춤 연습에 시간을 투자하였다는 증거란다.

또한,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하루에 한두 시간 꼭 피아노를 쳤잖니. 한 가지 것을 하루에 몇 시간씩 10년 이상 한다는 건 대단한 것이야.

당장은 딸이 피아노 연주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다시 건반에 손대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옛 기량을 다시 회복할 것이야. 딸도 동의했듯이 하나를 잘하면 다른 것 또한 잘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거란다. 피아노를 꾸준히 치면서 집중할 줄 아는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고 딸도 이야기하지 않았니. 단언컨대 그동안 딸이 보낸 시간은 결코 헛되이 보낸 시간이 아니었어. 

춤에 빠져 프로 수준으로 출 수 있었던 것, 피아노를 하루에 한 시간 이상 10년을 칠 수 있었던 건 큰 가치란다. 딸이 그만큼 끈기가 있고 열정적이라는 증거야. 그러므로 공부하느라, 피아노 치느라, 춤추느라 다른 곳-고전을 읽는다든지, 신문을 읽는다든지, 스포츠나음악에 관심을 가지는 등-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던 것은 인정하여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공부에 쏟은 열정, 춤에 쏟은 열정, 피아노를 칠 때의 끈기를 가지고 5년 정도 찬찬히 신문을 읽으면 어떨까? 그러면 어떤 분야에도 뒤지지 않을 상식과 지식을 가지게 될지도 몰라. 누구와도 당당히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닐 수 있을지도 모르지. 마침 뉴욕에 있으니 잘되었구나. 뉴욕 타임즈를 꾸준히 읽어보면 어떨까? 인터넷으로 신문을 읽는 것도 좋지만, 활자로 된 종이 신문을 읽으면 더욱 좋을 것으로 생각해. 하루에 삼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 찬찬히 신문을 읽는 습관을 지니도록 노력해 보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침 유튜브에서 두 사람의 강연을 접하게 되었구나. 한 사람은 작가이자 언론인인 정진홍 씨요 다른 한 사람은 김용택 시인이란다. 정진홍 씨는 나보다 조금 연하이고 김용택 시인은 나보다 연배가 조금 높은 분이란다. 관심과 생각이 나와 비슷하다고 여겨왔던 사람들이지. 두 분 모두 뛰어난 지성과 감성을 소유한 시대의 선각자란 사실을 부인할 수 없지.

시간이 나면, 아니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이 두 사람의 강연을 꼭 들어보기 바란다. 유튜브에 들어가 정진홍이라고 치면 창의융합 콘서트 1회 왜 인문학인가?’라는 제목이 나올 거야. 44분짜리 강연인데 이를 클릭하면 강의를 들을 수 있어.

또 다른 강연 역시 유튜브로 들어가면 된다. 이번엔 김용택이라고 쳐보렴. 그러면 리더스 콘서트 김용택 시인 특강이라는 제목이 나올 것이야. 1시간 7분이 소요되는 강연인데 꼭 한번 들어보려무나. 이 두 강연을 들으면 금세 왜 들어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될 것이야.

강연을 듣고 실천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오롯이 딸의 몫이란다. 딸도 알고 있겠지만, 아빠는 사촌 경희 형을 존경한다. 형은 나보다 일곱 살이 많은데 내가 졸업한 계성고등학교의 선배이기도 하다. 경희 형은 알게 모르게 내게 참 많은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초등학교 중등학교에 다닐 때 형으로부터 과외를 받았고, 형의 영향을 받아 미션 스쿨인 계성고등학교에 진학도 했지.  

젊은 시절 형은 내게 예배 드리는 자세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예배를 드릴 때는 온전히 예배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나가는 말처럼 이야기해주었어. 예배 시간에는 머리카락을 만지는 것도 금하라고 일러 주셨지. 나는 형의 이 말을 실천할 수도, 실천하지 않을 수도 있었어. 하지만 아빠는 형의 그 말을 명심하고 실천하려 애썼다. 예배시간에는 예배에만 집중하려 노력했지. 지금은 습관이 되어 자연스럽게 예배에 온 마음과 정신을 집중하게 돼. 그러니 예배 드릴 때마다 큰 감동과 감격, 기쁨을 경험한단다. 아빠가 평소에 늘 행복하고 강건할 수 있는 비결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지.

또한, 형은 내게 강의 때마다 앞자리에 앉아 강의하는 교수님의 이야기를 경청하라고 말했다. 교수님의 말씀이 가장 재미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들으라고 했지. “당신의 강의가 최고입니다.”라고 말하듯 환한 얼굴로 집중해서 들으라고 말이다. 나는 형의 이 말을 명심하고 그대로 실천했었다. 그랬더니 좋은 성적을 얻을 뿐만 아니라 강의에서 들었던 것들을 자연스럽게 삶에 적용할 수도 있었어. 아빠가 명품인생으로 사는 습관이란 책을 쓸 수 있었던 것도 한편으로는 형의 말을 귀담아듣고 실천에 옮긴 덕분이 아닐까.

형은 최근에 언제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는 복근운동 방법을 알려준 적이 있었다. 아빠는 형의 그 사소한 이야기도 허투루 듣지 않았어. 체육관에 갈 때마다 형이 가르쳐준 복근운동도 운동에 포함을 시켰단다. 이 글을 쓰기 조금 전에도 하이웨이 7과 영에 있는 굿 라이프 피트니스 센터에서 그 운동을 했었어.

딸아, 아빠가 장황하게 예를 들어 설명하는 이유를 눈치챘지? 어떤 교훈이 주어졌을 때 그 교훈을 실천하고 안 하고는 자신의 결정에 달려있어. 하지만 그것이 좋은 교훈이요 충고라면 받아들일 가치가 있지미련할 정도로 꾸준하게 실천하면 삶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그것이 멋진인생을 사는 비결 중 하나일 게야.  

아는 대로 경희 형은 아들 둘, 딸 하나 그렇게 세 명의 자녀를 두었는데 아들 둘은 의사요, 사위도 의사인 의사 가문을 만들었지. 아빠의 딸 지혜도 지금 의사가 되어가고 있으니 감사한 일이지!

지혜야, 너는 집중할 줄 알고 또 끈기가 있단다. 또한, 딸은 열정적인 사람이야. 춤을 추면서, 피아노를 치면서 이런 습관을 몸에 배게 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것들이 습관이 되어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집중하게 되고 또 끈기 있게 해나가게 되었어. 지난번 뉴저지에 갔을 때에도 딸의 이런 모습을 보며 얼마나 마음 든든했는지 모른다.

이 모든 것에 더하여 전능하신 하나님께서는 딸을 향한 크나큰 계획을 세우고 계신다. 딸을 통하여 많은 사람을 아픔에서 해방케 하고 육체의 생명을 구함은 물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실 계획 같은 것 말이다. 앞으로 딸은 축복의 통로가 되는 훌륭한 의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인격자가 될 것이야.

딸이 가진 오늘의 물음이 훗날 딸을 더욱 성숙하게 할 것이다노련한 의사가 되었을 때 후배들을 더 잘 이해하는 사려깊은 선배로 거듭나게 할 터이다.

노력하는 딸, 의문을 가진 딸이 대견하고 자랑스럽구나. 사랑하는 딸을 격려하며 장황한 글을 마친다. 수고하렴.

2013 10 9일 한글날 저녁,

토론토에서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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