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감사일기 쓰기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3. 11. 7. 03:04

감사일기 쓰기

이택희

어르신들께 글쓰기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가 있었다. 지난봄 문학적 글쓰기에 대해 말씀드린 바 있는지라 이번에는 다른 내용으로 말씀을 드리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무슨 말씀을 드릴까 생각을 거듭했다. 그러던 중 지난 몇 년간의 삶을 반추해 보았다.

삼사 년 전이었던가. 뇌종양이 있다는 선고를 받았다. 악성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안감을 떨쳐내기가 힘들었다. 한없이 약해질 수 있는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며 절규했다.

수술을 끝내고 회복해갈 때 정정하시던 아버님이 시한부 운명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말기 암으로 짧게는 사 개월 길게는 육 개월밖에 사실 수 없다고 했다. 사람 목숨이 바람 앞에 등잔불 같다더니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갈기갈기 옷이라도 찢으며 하소연하면 상황이 달라질까, 맨바닥을 뒹굴며 울고불고 발악이라도 하면 아픈 마음이 달래질까. 아버님께서는 진단을 받으신 후 사 개월이 좀 지난 즈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

그래도 내가 무엇이라도 좀 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나만 열심히 하면 세상만사가 원하는 대로 될 줄로 믿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었다.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운 건 자신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인식하면서부터였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뼈저리게 느낀 후 절대자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게도 내가 가진 계획과 욕심을 내려놓자 그동안 나를 억눌러왔던 근심과 걱정, 억울함과 조바심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연하게 주어지는 줄 알았던 것들에 대해서도 감사함이 느껴졌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제법 많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 있는 집에서 사는 걸 당연한 일로 여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집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게 여겨졌다. 자녀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신앙생활 잘하는 것도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생명은 어차피 절대자에게 맡겨진 일이니 그분께 맡기고 내게 주어진 삶을 축제처럼 살자는 생각을 했다. 그러는 가운데 새롭게 시작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행복이란?’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는 일이다.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기쁨을 글로 적어보았다. ‘행복이란?’타이틀로 감사의 제목을 적고 감사한 일들을 써보았다. 곳곳에 함초롬히 숨어 있는 기쁨과 행복의 소재가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글을 쓰면서 삶의 의미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는 매서운 바람이 대지를 삼킬 듯 몰아쳐도, 흰 눈이 온 세상을 뒤덮어도, 장대비가 쉴새 없이 내려 사방이 물에 잠기어도 큰 문제가 아니다. 이 경험을 말씀드리면 어떨까 싶었다.

그러던 차 오프라 윈프리의 감사일기를 접하였다. 알려진 대로 그녀는 사생아로 태어났고 아홉 살에 사촌 오빠로부터 강간을 당한다. 열네 살에 미혼모가 되고 태어난 지 두 주일 만에 아기는 죽는다. 오프라는 방송에서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서슴없이 한다.

100킬로그램이 넘는 뚱뚱한 몸매에 잘생겼다고 할 수도 없는 인물, 하지만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녀가 가진 재산은 28억 달러(한화로 3 118억원가량)에 달한다고 한다. 1년에 벌어들이는 수입도 막대하다. 벌어들이는 돈의 50% 이상을 이웃을 위해 쓴단다. 오늘의 그녀를 만든 건 책 읽기와 감사일기 쓰기였다고 한다. 어르신들께 감사일기 쓰기에 대해 말씀드리기로 했다.

얼마나 잘 전달이 되었는지 의문이다. 앞으로 감사일기를 쓰실 분들이 몇 분이나 되실지 알지 못한다. 단 한 분이라도 삶 가운데 감사한 일들을 찾고 기록하는 분이 계신다면 보람된 일일 터이다. 아울러 당일 참여하신 모든 분과 함께 감사의 제목을 적어본 것은 큰 보람이자 기쁨이었다. 양광모 시인의 시 무료를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무료/양광모

 

따뜻한 햇볕 무료

시원한 바람 무료

 

아침 일출 무료

저녁 노을 무료

 

붉은 장미 무료

흰 눈 무료

 

어머니 사랑 무료

아이들 웃음 무료

 

무얼 더 바래

욕심 없는 삶 무료

 

감사일기를 쓰는 요령; 1. 내 맘에 꼭 맞는 작은 노트를 장만한다. 2. 감사할 일이 생기면 언제 어디서든 기록한다. 3. 아침에 일어날 때나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 언제든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의 제목을 찾아 기록하는 시간을 가진다. 4. 거창한 감사의 제목을 찾기보다 일상의 소박한 제목을 놓치지 않는다. 5.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으로부터 받는 느낌, 만남이 가져다준 기쁨 등을 기록한다. 6. 교회나 학교에서 윈프리 감사일기 쓰기 모임을 만들어 함께 쓴다. 7. 버스에 있거나 혼자 공공장소에 있을 때 그동안의 감사제목들을 훑어본다. 8. 정기적으로 감사의 기록들을 나누고 격려한다. 9. 나의 감사제목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지켜본다. 10. 카페나 정원 등 나만의 조용한 장소를 선택하여 자주 그곳에 앉아 감사의 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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