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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야기를 쓰세요

시를 외우고 있다. 지금까지 열 편 정도 외웠을 거다.1월 중순부터 시작한 것이니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옆자리에 앉은 아내가 말했다.유튜브에서 강연을 들었어요. 왜관에 계신 박 모 신부님께 누군가 이런 말을 했대요. 왜 신부님은 ‘토머스 머튼’ 이야기만 하시고 자신에 대한 말은 하지 않으세요?라고. 그 이야기를 듣고 신부님은 정말 자신이 자신의 이야기는 하지 않고 토마스 머튼 말만 하는 것을 발견했대요.다른 시인의 시만 읽지 말고다른 시인의 시만 외우지 말고 자신의 이야기를자신의 시를 쓰라고 넌지시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문학일기 2025.01.31

아내가 춤을 추었다

아내가 춤을 추었다. 늦은 밤 본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춤추는 장면에 꽂혔나 보다. 귀에 익은 노래와 리듬이 나왔고 음악에 맞추어 아버지와 딸이 춤을 추기에 따라서 추었다고 했다. 아내는 노래를 찾아달라고 했다. BUGGLES의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노래였다. 아내는 리듬을 타면서 허공에 손을 흔들어댔다. 로봇인양 각을 만들기도 하고 날갯짓을 하며 닭처럼 카펫 위를 뛰었다. 춤에 대한 글을 익었다. “춤추는 몸짓엔 메시지가 있습니다. 발등 위에 어린아이를 올리고 왈츠곡에 발을 맞추면 거실은 사랑으로 가득한 무대지요. 강가에서 숨어서 본 큰고니들의 고운 날갯짓에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다는 간절함도 품게 됩니다. 자작나무 잎의 작은 떨림은 달뜨게 살아온 삶을 조용히 뒤돌아..

문학일기 2025.01.31

어느 늦은 저녁 나는/한강

어느늦은 저녁 나는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때 알았다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지금도 영원히지나가버리고 있다고밥을 먹어야지나는 밥을 먹었다-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2013투명한 물결 아래희고 둥근조약돌을 보았지해맑아라,하나, 둘, 셋거기 있었네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그 돌걸음마 시작한 손자 안고 거울을 본다손자도 거울 속을 들여다본다잠시 얼굴 돌려 골똘히 나를 올려다본다거울과 현실 그 사이에, 내가 있다거울을 넘어온 손자의 눈동자에 내가 가득 찬다거울 속 얼굴 돌려 나를 올려다보는 손자를 나도 본다내가 한결 더 맑아졌다그 눈길로 이 세상을 바라본다“아기의 눈빛으로 아기의 눈길로 세상을 바라보면 이 세상은 좀 더 온유해질 것이다. 매섭고 싸늘한 눈초리를 버리고 아기의 ..

문학일기 2025.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