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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시 한 편(박용재, 나희덕, 김사이)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향기로운 꽃들은 사랑한 만큼 산다. 저 아름다운 목소리의 새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숲을 온통 싱그러움으로 만드는 나무들은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이글거리는 붉은 태양을 사랑한 만큼 산다. 외로움에 젖은 낮달을 사랑한 만큼 산다. 밤하늘의 별들을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사랑한 만큼 산다. 홀로 저문 길을 아스라이 걸어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나그네를 사랑한 만큼 산다. 예기치 않은 운명에 몸부림치는 생애를 사랑한 만큼 산다. 사람은 그 무언가를 사랑한 부피와 넓이와 깊이만큼 산다. 그만큼이 인생이다. 심장의 노래를 들어보실래요? 이 가방에는 두근거리는 심장이 들어있어요 건기의 심장과 우기의 심장 아침의 심장과 저녁의 심장 두근거리는 것들은 ..

문학일기 2024.05.14

어머니와 아들

누운 듯 비스듬히 앉아 떨리는 손으로 커피잔을 드시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늙수그레한 아들 아들과 눈 맞추며 몸짓으로 말씀하시는 어머니 두 손 맞잡고 힘겹게 몸을 일으켜 아장아장 걸음 옮기신다 뒷걸음치는 아들과 따르시는 어머니 튤립보다 고결하고 라일락 향기 보다 진한 두 사람 눈가에 이슬 고인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2024년, 토론토의 한 이탈리언 식당에서 잘 자라 우리 엄마 할미꽃처럼 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 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 잘 자라 우리 엄마 산 그림자처럼 산 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들처럼 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 때까지 잘 자라 우리 엄마 아기처럼 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기의 저절로 벗겨진 꽃신발처럼

문학일기 2024.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