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머무는 시간이 좋다. 올해도 농사를 시작하기 전 뒤뜰에 나가 땅을 뒤집기 시작했다. 모종을 내다 심으려면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하지만 미리 땅을 일구어 주어야 한다. 흙을 뒤집으며 옛 추억을 떠올려본다. 문고리를 잡으면 손끝이 쩍쩍 달라붙던 맹렬한 추위는 지나갔지만 볼에 와닿는 바람은 여전히 매서울 때 아버지는 밭으로 나가셨다. 마스크를 끼고 옷을 두껍게 입은 동네 어른 몇 분과 나무를 옮겨 다니며 사나흘에 걸쳐 전지를 하셨다. 사과밭 전지가 끝나면 밭 끝 쪽 복숭아 밭으로 건너가 작업을 마무리했다. 붉게 물 오른 새 순과 함께 잘린 가지는 나무 밑에 나뒹굴다 다발로 묶여 부엌 뒤쪽에 쌓였다. 겨우내 땔감으로 요긴하게 쓰일 것들이었다. 일하시는 분 중에는 둘째 큰아버지도 계셨다. 나를 보면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