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년 전에 소멸한 별 하나 광속으로 빛나는 순간이 우리의 시간이라는, 은하계 음반을 미끄러져온 유성의 가쁜 숨소리가 우리의 음악이라는, 당신이 웃을 때만 꽃이 피고 싹이 돋고 당신이 우는 바람에 꽃이지고 낙과가 울고 때로 그 낙과의 힘이 중력을 지속시킨다는, 하여 우리의 호흡이 이 행성의 질서라는 그런 오만한 고백은 없다네 바람에 떠는 풀잎보다 그 풀잎 아래 애벌레의 곤한 잠보다 더 소소한 것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기 위해, 주름진 치마와 해진 속옷의 아름다움 쳐진 어깨의 애잔함을 만지기 위해, 수십년뒤 어느 십일월에도 순한 바람이 불고 첫눈이 내려서 잠시 창을 열어 눈발을 들이는데 어린 새 한마리 들어와 다시 날려 보내주었다고 그 여린 날갯짓으로 하루가 온통 환해졌다고 가만가만 들려주고 잠드는 그 하찮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