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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선생님(고승만,이순섭)

본 시니어 대학에서 강의해 온 지도 10년이 넘었다. 그동안 적지 않은 분들과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참가자들은 글을 쓰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고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쓰기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글의 내용이 좋아졌고 읽기와 쓰기의 재미를 알아가시는 듯하였다. 안타깝게도 팬데믹 기간에는 수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3~4년 공백 기간 중 함께했던 몇 분이 세상을 떠났다. 특별히 고승만 선생님이 잊히지 않는다. 팬데믹 기간 중이라 문병도, 문상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아쉽고 서운했다. 고승만 선생님은 글쓰기 반을 처음 만들고 수업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 하신 분인데 외롭고 쓸쓸하게 세상을 떠나셨다는 생각을 하면 안타깝다. 할아버지는 내게 한소(閑..

미셀러니 2024.05.03

나이아가라에서

저렇게 쏟아져 내리다가 언젠가 바닥을 드러내는 건 아닐까 내 안에 사랑의 강물도 굽이쳐 흘러 천둥소리로 쏟아져 내렸으면 좋겠네 흐르고 흘러도 마를 날 없었으면 참 좋겠네 세월이 흐를수록 자녀들 특히 손주들과 함께 하는 기쁨이 커져만 간다. 자녀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좋고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기만 하다. 언젠가 세상을 떠나더라도 후손들이 행복하고 보람 있게 살아가리라는 믿음의 증거를 확인하기에 더욱 그러하리라. 천둥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좋고 장엄하게 떨어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는 것도 좋다. 수선화와 튤립을 바라보는 것도 좋고, 흐르는 물소리 새소리를 듣는 것도 좋다. 나이아가라에서 사랑하는 아내, 사위와 딸들, 손주들과 함께 한 시간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

미셀러니 2024.04.30

아침에 시 한 편(이정록, 이설아, 신두호, 황영기)

까치설날 아침입니다. 전화기 너머 당신의 젖은 눈빛과 당신의 떨리는 손을 만나러 갑니다. 일곱시간 만에 도착한 고향, 바깥마당에 차를 대자마자 화가 치미네요. 하느님, 이 모자란 놈을 다스려주십시오, 제가 선물한 점퍼로 마당가 수도 펌프를 감싼 아버지에게 인사보다 먼저 핀잔이 튀어나오지 않게 해주십시오. 아내가 사준 내복을 새끼 낳은 어미 개에게 깔아준 어머니에게, 어머니는 개만도 못해요? 악다구니 쓰지 않게 해주십시오. 파리 목숨이 뭐 중요하다고 손주 밥그릇 씻는 수세미로 파리채 피딱지를 닦아요? 눈 치켜뜨지 않게 해주십시오. 아버지가 목욕탕에서 옷 벗다 쓰러졌잖아요. 어미니, 꼭 목욕탕에서 벗어야겠어요? 구서렁거리지 않게 해주십시오, 마트에 지천이에요. 먼젓번 추석에 가져간 것도 남았어요. 입방정 떨..

문학일기 2024.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