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클럽에 들렀다. 아침 여섯 시이니 비교적 빠른 시간이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늘 하는 대로 삼십 분 자전거타기를 하기로 했다. 자리에 앉으려 하니 옆에 동양인 어르신이 앉아 계신다. 65세는 족히 되어 보인다. 한국 분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괜히 말을 붙였다가 무안을 당할까 싶어 말없이 자전거에 올랐다. 페달을 돌리기 시작하자 옆에 앉은 어르신이 힐끗 쳐다보시더니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온다.
“안녕하십니까 한국 분이시지요?”
인사를 받고 보니 은근히 부끄러웠다. 젊은 사람이 어르신께서 먼저 인사하실 때까지 무심히 앉아 있었다니! 그것도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부터.
어렸을 때부터 인사 잘하라는 말씀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인사를 잘하자고 대문짝만하게 써서 신문에 실은 적도 있다. 그럼에도 정작 자신은 바로 옆에 앉은 어르신께 인사드릴 생각도 않고 운동에 몰입했다.
물론 빨리 끝내고 샤워를 한 후 다른 목적지로 이동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없던 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체육관을 나오려고 하는 순간 중년의 서양인도 사람들이 인사를 하지 않는다고 불평을 한다. 들어오는 입구에서 일하는 청년을 붙잡고 하는 큰소리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옆에 누가 있어도 사람들이 ‘하이’라고 말하며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사람들을 만나면 ‘하이’하고 인사를 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느냐고 청년에게 되묻는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인사를 잘하는 것은 기본에 속하는 덕목인가보다.
개인적으로 다소 위축되어 인사를 못 했을 수도 있다. 활력이 넘치고 자신감에 차있었다면 당연히 먼저 인사를 건넸을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캐나다에 와서 영어가 다소 떨어지니 먼저 인사한다는 게 쑥스럽게 여겨지기도 했을 터이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쓰시타 고스노케씨는 감옥과 수도원의 차이는 감사하느냐 않느냐의 차이에 있다고 말했다. 감옥에서도 감사하게 되면 수도원이 되고 수도원에서도 감사하지 않으면 감옥이 된다는 뜻이다.
나는 수도원에 있으면서 마치 감옥에 있는 것처럼 사는 건 아닐까? 스스로 족쇄를 채워 알게 모르게 위축된 생활을 하는 건 아닌지. 그래서 인사를 건네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하고 있는 것일까.
‘마쓰시타 고노스케’ 씨는 스승 ‘나카무라 덴푸’ 씨에게 “인사에서 행운이 찾아온다.”는 가르침을 받았고 평생 이를 실천하며 살았다고 한다. 인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윤활유나 촉진제 역할을 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인사를 잘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키가 컸고 공부 잘하고 인사 잘하던 학생’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을 보면 멀리서라도 뛰어와 인사를 하던 아이였다. 지금도 직위가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돈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며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고 듣고있다.
인사를 잘하면 70점은 따고 들어간다는 말이 있다. 운이 따르는 사람들은 인사를 잘하는 사람임에 분명할 터. 인사가 그 운의 시작점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인사를 한자로 쓰면 人事가 된다. 즉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는 의미이다.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사람 구실을 한다고 말할 수는 없으리라. 자녀들에게는 인사를 잘하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먼저 인사 건네기를 주저하는 못난이가 아니었나 되돌아본다.
이른 아침 자신보다 젊은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시며 무언의 가르침을 주신 어르신께 감사 드린다. “좋은 나날 보내시고 내내 건강히 지내십시오.”
2013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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