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섬김이 있는 날, 일을 마치고 현관 앞에 들어서니 아홉 시가 되어간다. 세 시간가량 집을 비운 셈이다. 열쇠로 문을 따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연기가 자욱하다. 타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
어찌 된 일인가. 새벽에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고 비워진 상태로 있었다. 그동안 무언가 타고 있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소방차가 출동을 하고 난리가 났어야 할 일이다. 순식간에 몸이 굳어버렸다. 하늘이 노랗다.
“아니 불을 켜두고 나갔단 말이오. 얼른 부엌으로 가봐요.”
못난 남편 도둑 들면 쫓을 생각 않고 제 처 치마 폭으로 숨는다더니 바로 그 짝이다. 아내가 뛰어들어가 오븐에 불을 껐다. 문이란 문은 다 열어젖혔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오래 열어두었지만 빠져나갈 줄 모른다.
아내가 말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나는 아침에 부엌에 들어간 적도 없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없다. 정해진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바로 현관 밖으로 나가 차에 시동을 걸었었다. 아내 역시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펄쩍 뛴다. 시간에 쫓겨 종종걸음으로 집을 나섰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아니 벌써 치매기가 왔나. 건망증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닌데.’
멍하다.
사방에 초를 켜고 수시로 문을 열지만 매캐한 냄새는 가실 줄 모른다. 사나흘은 잠까지 설쳤다. 냄새도 냄새려니와 부엌에 불을 켜두고 나갔다 들어와 기억조차 못 한다는 건 심각한 일이다. 온 몸에 힘이 빠진다.
며칠 후 아내에게 다시 물었다.
“정말 당신이 그러지 않았나요?”
아내가 대답했다.
“그날 새벽 비닐 손 장갑을 가지러 부엌에 들어갔던 일이 기억났어요. 먹다 남은 찌개를 데워놓고 가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나 봐요. 다음에 한 번 더 이런 일이 있으면 제 발로 요양원에 들어갈게요."
하늘이 하얗다. 치매에 걸릴 바에야 내가 걸리는 게 낫지.
전기 오븐이었기에 망정이지 가스 오븐이었다면 지금쯤 호텔 신세를 지고 있을 것이다. 매캐한 냄새가 솔솔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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