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잊히지 않는 기억 150105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5. 1. 6. 15:10

 초등학교 졸업을 눈앞에 둔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살던 과수원집 사과나무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지 곳곳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부풀어 올랐다. 피부가 곪은 듯 보였다. 허연 속살을 드러낸 곳도 있었다. 부란병이라 했던가. 곪은 부위를 긁어내고 약을 발라 치료를 했지만, 병이 번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였다. 잘려나간 가지가 지천으로 널리더니 밑동까지 잘려야 했다. 결국엔 뿌리째 뽑혀 나갔다. 황량한 벌판에 부모님의 한숨 소리만 이리저리 날려 다녔다. 덤프트럭이 차례로 드나들면서 과수원 바닥의 모래를 퍼가기 시작했다. 건물을 지을 콘크리트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고 했다. 축구장 크기의 바닥엔 인분이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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