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방문 141229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5. 1. 5. 07:54

<방문 141229>

사람들은 그곳을 해방촌이라 부른다. 왜 그곳을 해방촌이라고 했는지는 모른다. 다만 예전 토론토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여러 동의 아파트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그렇게 불리지 않았을까 짐작할 따름이다. 오래전에는 한국 분이 많이 사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눈이 부슬부슬 내리는 세밑 저녁 홀로 사시는 할머니 한 분을 찾아갔다.

덩그렇게 서 있는 고층 아파트 몇 동을 지나 핀치 쪽 길로 이백 미터쯤 더 내려가자 5층 높이의 아파트군이 나온다. 보수를 했는지 겉으로 보기에는 새 건물이다. 입구에 들어서서 계단을 올라갔다. 진한 카레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구역질이 날 듯 속이 메슥거린다. 인도 계통의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그럴 것이다.

복도가 길게 늘어서 있고 양옆으로 호수가 적혀있다. 오른쪽에 501 왼쪽에 502 오른쪽에 503 왼쪽에 504. 한 집 한 집 확인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홀 맨 끝 오른쪽에 517호가 나온다. 찾던 그 집이다.

'똑똑똑.

살짝 문이 열린다. 문틈으로 도수 높은 안경만큼이나 두툼한 텔레비전이 보인다. 연말 특집 방송이라도 시청하고 계셨나 보다. 빨강과 노랑, 초록이 부자연스럽게 뒤섞인 실내복을 입은 할머니께서 나오신다. 자그마한 체구에 동그란 얼굴 오뚝 선 콧날, 얼핏 보아서는 오십 대 중후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알록달록한 실내복과 얼굴이 그다지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하며 찾아온 용건을 말씀드렸다.

“이걸 전해 드리러 왔어요.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낑낑거리며 들고 올라 온 쌀 두 봉지와 라면 한 상자, 통에든 된장과 고추장을 가리켰다.

“아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모습만큼이나 목소리도 수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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