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세탁 공장 141231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5. 1. 5. 07:52

<세탁 공장 141231>

커다란 기계가 돌아가고 있다. 입구는 그리 넓지 않은데 속은 엄청나게 넓다. 고래 뱃속이 저럴까? 속에서 돌고 또 돈다. 입으로 삼킨 것들이 혀끝을 통과해 목구멍을 거쳐 위로 들어가 소화를 시도하는 것처럼 돌고 또 돈다. ‘스르릉스르릉…스르릉스르릉…스르릉스르릉…스르릉스르릉’ 돌면서 때를 벗긴다.

산더미처럼 쌓인 때 묻은 옷들이 기계 앞에서 순서를 기다린다. 기계가 동작을 멈추고 뱃속의 것들을 토해내면 곧이어 들어갈 예정이다.

365일을 살면서 실수한 일도 있었고 후회스러운 일도 많았다. 말실수로 주위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 때도 있었고 차가운 눈빛으로 상대의 마음을 얼어붙게 할 때도 있었다. 지난 한 해 동안의 실수와 후회스러운 일들이 기계 속으로 들어가 깨끗이 씻겨졌으면 좋겠다. 때 묻은 옷들을 커다란 통에 담아 고래를 닮은 세탁기계 앞으로 가져다 놓는다.

 

'문학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손님 150103  (0) 2015.01.05
방문 141229  (0) 2015.01.05
카페 앞 풍경 141227  (0) 2015.01.05
분주한 마음 141226  (0) 2015.01.05
제니퍼   (0) 2015.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