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리치몬드 힐 도서관 스케치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5. 2. 1. 06:04

리치몬드 힐 중앙도서관은 비스듬한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흰 눈이 솜털처럼 뿌려지는 날이면 아이들은 신나게 미끄럼을 탄다. 상자나 플라스틱 용기에 앉아 소리를 지르며 내려온다. 삼 층 열람실은 사방이 유리 벽이다. 앞이 확 뚫려있어 바깥 풍경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운동장처럼 넓은 실내엔 통나무를 잘라 만든 큼직한 책상이 줄지어 놓여있다.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이들이 띄엄띄엄 눈에 띈다. 수염을 허옇게 기르고 청색 스웨터를 입은 할아버지가 비스듬히 앉아 신문을 뒤적인다.

유리 벽 옆엔 청색 소파가 나란하다. 책 몇 권 가지고 와 둘만의 데이트를 즐기자며 부추긴다. 못 이긴 듯 소파에 앉아 창밖을 바라본다. 공작새인 양 화려한 자태를 뽐내던 꽃들이 사라진 자리에 순백의 향연이 펼쳐졌다. 영화 러브스토리에도 저런 장면이 있었던가. 가뭄에 콩 나듯 자동차 한두 대 도서관 입구로 들어와 자녀를 내려주고 유유히 빠져나간다. 가방을 어깨에 걸친 채 채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종종걸음으로 주차장을 향하는 청년도 보인다. 나무도 추위를 못 견디겠다는 듯 오들오들 떨며 서있다. 동장군이 어깃장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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