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도넛 하나 150204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5. 2. 5. 03:28

커피 타임 앞 사거리는 지나다니는 차들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밀쳐낸 눈덩이가 인도 한쪽에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등교 시간, 젊은 엄마가 미운 일곱 언저리로 보이는 아이 둘을 데리고 올망졸망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막내는 문밖에 서서 창에 얼굴을 대고 안쪽을 들여다본다. 둘러맨 책가방이 지게 한 짐은 될성싶다. 엄마는 계산대와 멀찍이 떨어진 곳에 아이들을 앉히고 커피 한잔을 산다유리 상자 안에 진열된 도넛을 이리저리 살핀다. 한참을 서성인 후에야 수줍은 듯 말한다.

“저것 하나 주세요.

둘째가 다가오려 하자 황급히 다그친다.

“너는 거기 있으라 했는데 어째 자꾸 이쪽으로 오나. 어서 가서 앉으라우.언제 그랬느냐는 듯 창에 얼굴을 맞대고 깔깔댄다

  도넛이 든 봉지 하나 조용히 큰 아이 가방에 넣는다.

아내는 가끔 지나간 일을 이야기하곤 한다. 아이 둘을 데리고 네 식구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당시 국내에 처음 들어왔다)에 가면 두 조각을 사서 네 식구가 나누어 먹었다고, 살면서 그게 가장 가슴 아픈 일이었다고.

추적추적 내리는 눈이 그칠 줄 모른다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추위를 못 견디겠다는 듯 발을 동동 구른다.

* 토론토에는 이북 말씨를 쓰는 탈북 동포들이 상당수 있다.

(커피 타임. 아이들 어릴 때 근처에 살아 자주 갔던 곳이다. 지금도 가끔 들르곤 한다.)

(곱게 나이드신 한국 할머니가 카운터에서 10여년 일하셨다.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사거리 남쪽 방향)

(며칠 전 내린 폭설로 거리 한족에 눈이 쌓여있다. 건널목을 건너는 아이들은 본문의 내용과 관련이 없다.)

 

왜 도넛 세 개를 사서 아이들 가방에 하나씩 넣어주고 싶지 않았을까.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열심히 일하여 돈을 벌긴 하지만 최저 임금에 1500불 이상 되는 월세를 내면 생활이 빠듯할 수 밖에 없을 터이다. 예전 우리들 키울 때 부모님 마음이 그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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