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크고 콧날이 오뚝한 청년은 뉴욕 양키즈 빵모자를 쓰고 있었다. 구레나룻도 길렀다. 말은 좀 어눌한 듯했다. 커피와 샌드위치를 주문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계산을 끝내고 계산대와 가까운 테이블에 앉았다. 주문한 샌드위치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장대만 한 키의 멀쩡한 신사가 다가서더니 뭐라고 속삭였다. 동전이 있으면 줄 수 있느냐고 묻는 것 같았다. 구레나룻 청년은 싱글벙글 웃으며 호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동전 하나를 꺼내 주었다. 자기에게는 두 개가 있으니 하나를 주어도 좋다고 말했다. 동전을 받아 든 서양인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커피 사는 곳으로 가서 줄을 섰다. 과부의 동전 두 닢 생각이 났다.
* 어린 시절 외갓집에 가면 외할머니는 “우리 이 도령 왔구나.”라시며 용돈을 주셨다. 그래서인지 외할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았다. 동전을 받아 들고 줄을 서는 서양인의 표정이 영락없는 어린 시절 이 도령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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