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메이크업 아티스트 150304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5. 3. 5. 22:16

그녀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하다. 그늘에서 일해서 그럴 것이다. 손님이 들어오면 내장을 들어내고 방부처리를 한다. 교통사고로 형체를 못 알아볼 정도의 시신이 들어오는 날이면 밀가루 같은 것으로 얼굴을 만들어 붙인다. 그럴 땐 사진이 한몫을 한다. 혹이나 잘못되어 상주조차 얼굴을 못 알아본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일을 당할까 봐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기실 그녀에게 화장 맡기기를 좋아할 사람은 세상에 없다. 그녀는 세상을 떠나는 신부의 얼굴을 예쁘게 화장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이다.

옹졸하고 삐뚤어진 마음을 바로잡아주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있다. 그녀는 늘 손님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만 가끔 창백한 얼굴로 다가와 윽박지르기도 한다.

*오늘 우연히 그녀를 만났다. 반가웠다. 만일 내게 화장을 하겠다고 덤볐다면 그다지 반갑지 않았으리. 반가우나 반갑지 않으나 화장해야 할 그 날은 반드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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