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어 가는 수선화 몇 포기를 선물로 받았다. 팔을 떨어뜨린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아무렇게나 묻어두면 다시 올라올 것이라고 했다. 시베리아 못지 않은 추위를 어떻게 견딜까 싶었다. 반 뼘도 안되는 틈새에 구겨 심고 잊어버렸다. 긴긴 겨울을 지나보낸 어느 봄날이었다. 연녹색 촉이 땅을 비집고 나와 여린 손을 내밀었다. 며칠 후 나가보니 수줍은 듯 머리를 숙인 채 방실방실 웃고 있었다.
투덜투덜 걷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 긴긴 겨울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수선화도 있다. 어느 날 후배가 보내준 카톡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다. "오늘 나이 스물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슬픔에 젖은, 이제 겨우 열다섯인 저의 딸에게 삶을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지 참 힘겹습니다. 저도 잘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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