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일기

대지(大地)의 울음 150310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5. 3. 11. 02:42

빼곡하던 나무가 하나둘 뽑혀 나간다. 건장한 사내들이 다가가 전기톱을 몸통에 대고 드르륵 돌리자 피를 뿌리듯 톱밥이 튕겨 나온다. 쓰러진 둥지는 겅중겅중 잘려 토막이 되어 나뒹군다. 엮어진 잔가지가 한 두름이다. 집채만 한 굴착기가 땅속에 남은 뿌리를 푹푹 뽑아낸다. 꼭꼭 숨었다가 발각되어 장렬하게 삶을 마친 수십 수백 년 세월의 흔적이다.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속을 다 드러내었다. 부끄러움을 견딜 수 없다는 듯 하늘을 향해 이리저리 팔을 휘젓는다.

노란 헬멧을 쓰고 형광 옷을 입은 사내 몇몇이 징집 나온 순사처럼 이곳저곳 살펴 땅속에 숨은 바위를 찾아낸다. 거대한 삽으로 파내어 한곳에 모으니 커다란 돌무덤이 되었다. 총 들고 찾아온 게슈타포인양 체포할 가족은 없는지 거듭 살핀다. 늑대와 코요테는 살 곳을 잃고 북으로 북으로 쫓기어 갔다. 숲은 이처럼 황폐해져 가고 인간들이 살 집이 줄줄이 들어설 예정이다.

 

윙윙거리며 지나가는 바람은 삼키다 토해낸 대지의 울음이요 흉흉하게 쌓여있는 바위는 슬픔을 못이긴 대지의 눈물일는지도 모른다.

 

* 파헤쳐진 땅이 여러 곳이다. 칠팔 년 전 이사 왔을 때 집 잃은 늑대 한 마리가 주위를 배회했었다. 새벽녘 우우~ 우는 늑대울음도 한두 번 들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몇몇 너구리는 가까운 곳에 굴을 파고 산다. 담장 위에 올라 곡예를 하듯 뒤뚱뒤뚱 걸어 다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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