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re·Vision·Dream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는 딸에게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5. 6. 21. 22:42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는 딸에게

 

딸이 꾸준히 노력하여 의사가 된 것을 축하한다.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더욱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돌이켜 보면 딸은 의과대학에 진학하려고 몇 번의 여름을 시험공부에 매달려야 했다.

학교에 입학한 후에는 2년 동안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었다. 더러는 낙제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딸은 장학금을 받아가며 우수한 성적으로 무사히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이후에는 뉴저지와 뉴욕의 병원을 두루 다니며 로테이션 과정까지 잘 마쳤다.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것은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수련을 한 후 뉴욕 주립대학 다운스테이트 병원(SUNY Downstate Hospital)에 레지던트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순위에서 레지던트 자리가 결정된 것은 그만큼 딸이 열심히 노력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딸도 이야기 한 대로 다운스테이트 병원은 다른 병원에 비하여 환자가 많을 터이므로 일은 좀 힘 들것으로 여겨지는구나. 하지만 어떤 병원에서보다 임상 경험(실제로 환자를 대하면서 경험을 통하여 배우게 되는)을 많이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그리고 대학병원이므로 앞으로 딸이 원한다면 펠로우십(fellowship) 프로그램에 엔롤(enroll) 하기에도 더 유리하겠지. 세계 최고의 도시 뉴욕에서 생활하는 기쁨과 자부심은 또 다른 보너스이고 말이야.

앞에서 말한 여러 가지 노력과 성취를 축하하면서 이제 막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는 딸에게 아빠로서 한두 가지 당부하고 싶구나.

다운스테이트 프로그램에서 일하면서 존경하는 선생님이나 선배님을 만나게 되기를 기도한다. 보고 배고 배울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란다. 진심으로 존경하고 좋아하고 따르다 보면 딸도 반드시 그렇게 되게 되어있지. 디파트먼트에 있는 책임자나 선생님, 혹은 선배를 존경하고 사랑하며 그분처럼 되려고 애써보면 어떨까 싶구나. 그분이 하는 하나하나를 눈여겨보고 '나도 그분처럼 되겠다, 궁극적으로는 그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하면 딸도 반드시 그렇게 되게 되어있지.

아빠의 경험 하나를 이야기해주마. 좀 지루할지 모르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주렴. 아빠는 지혜가 태어나기 전(사실 엄마를 만나기도 전이다) 1984년 쌍용정보통신(당시에는 쌍용컴퓨터라 명명하였음)이라는 회사에 입사하였다. 그리고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누렸지. 당시 회사의 최고 책임자였던 박병철 사장님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아빠가 마음으로 가장 존경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기도 하지. 아쉽게도 박 사장님은 1988년 지혜가 한 살 되던 해 세상을 떠나셨다. 내가 그분을 가까이할 수 있는 시간은 불과 4년 남짓한 기간이었어. 하지만 그분은 아빠의 인생에 있어 큰 영향을 주셨어. 삶에 있어 뼈와 살이 되는 좋은 교훈과 습관을 남겨주고 떠나셨단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때였지만 그분의 장례식 때 아빠가 조사를 써서 낭독하기도 하였지!)

그분은 매사에 열정적이셨고 철저히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또한, 책을 많이 읽으셨어. 사람들과 어울려 저녁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셔야 할 때가 잦았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어울리고 싶지 않아도 어울려야 하는 자리가 있기 마련이야. 앞으로 딸도 경험하게 되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분은 밤 열두 시가 넘어서 집에 들어오더라도 새벽 두세 시까지 공부하고 잠자리에 드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본인이 직접 해준 이야기가 아니라 집에서 함께 산 조카(그 조카가 아빠와 용평에 있는 리조트에서 그룹사가 제공하는 교육에 참여하느라 일주일 동안 함께 생활하며 친하게 지낸 적이 있었다.)가 내게 해준 말이었어.

그분은 딸 지혜처럼 지기를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평생 그런 삶을 산다는 건 좀 뭐하지만, 인생의 일정 기간은 경쟁적인 삶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 필요할지도 몰라. 스스로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라도 말이야.

무엇보다 아빠가 직장생활을 막 시작할 즈음에 마치 가슴에 못을 박기라도 하듯이 소중한 교훈 하나를 알려주셨다. 그분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택희야, 너는 이제 사회생활을 막 시작했다. 지금까지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5년 동안을 어떻게 사느냐는 것이다. 매사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라. 최고가 되도록 노력해라. 그러면 너는 5년 후에 전혀 새로운 너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5년 동안 너의 노력이 너의 인생 전체를 좌우할 것이다. 5년 동안 이를 악물고 열심히 노력한 후 너 자신을 돌아보면 너는 참으로 많은 성장을 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그 이후의 삶은 자연스럽게 굴러갈 것이다. 5년 동안의 노력이 습관이 되어 크게 애쓰지 않아도 너는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계속 유지할 것이며 존경받는 사람이 될 것이다.”

나는 당시 이 말을 진심으로 가슴에 새겼다. 그리고 그 말씀대로 하려고 애썼다. 그때 지혜는 무척 어렸기에 잘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아빠는 회사생활을 시작한 후 5년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자랑스럽게 일했다. 새벽 별을 보고 집을 나섰고 새벽 별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토요일도 회사에 나가서 일했고 주일날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 후 회사로 가서 일에 몰두할 때가 잦았다. 이렇게 노력했더니 아빠는 회사 전체에서 알아주는 직원이 될 수 있었다. 회사에서 최초로 가장 큰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고 상도 많이 받았다.

이렇게 5년을 일한 후 막내 고모와 함께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한 유명한 카페에 앉아 자신을 돌아보면서 스스로 대견해 했던 기억이 있다. (이때 파리에 간 것은 회사의 일 때문이 아닌 개인적인 일-막내 고모 바이올린을 사주는 일-때문이었다) 옥경 아빠 등 아빠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은 이때 아빠의 모습을 기억하며 아빠는 당연히 그런 사람이라고 인정해 주곤 한단다.

다시 말하지만, 아빠가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첫 5년 동안의 경험은 아빠의 인생 전체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지금도 하루하루의 삶 가운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책을 쓰게 된 것도, 그리고 이번에 장로로 피택된 것도 예전 5년 동안의 경험이 바탕이 된 삶의 습관에서 비롯된 결과가 아닐까 믿는단다.  

출발선에서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딸아, 부디 앞으로 3년에서 5년 동안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멋지게 견뎌내며, 앞만 보고 달려나가기를 당부한다. 지금까지 딸이 살아온 삶이 어떤 것이었든 다 잊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3~5년을 보내며 즐기기를 바란다. 그래서 훗날 사랑하는 딸의 자녀들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를 기대하마. 명문 가문을 만들어가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나.

마지막으로 성경 말씀 한 구절로 딸을 축복하기를 원한다. 구약 스바냐 3 17의 말씀이다. (‘라는 단어를 지혜로 바꾸어 보았다)

지혜의 하나님 여호와가 지혜 가운데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이시라 그가 지혜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지혜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지혜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대로 하나님께서는 딸 지혜를 가장 사랑하시며 딸로 인하여 기쁨을 이기지 못하신다. 그리고 딸을 통하여 세상 사람들을 치유하시며 크게 영광을 받으실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딸을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최고의 의사로 만들어 주실 것이다.

2015 6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