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택 장로로서 임직을 위한 교육을 받았다. 현재는 임직을 받기 전 자신을 돌아보면서 내가 과연 그에 합당한 사람인가를 묻고 있다. 마음으로 침묵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기를 원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디모데 장로교회에서 글쓰기 강좌를 열어 10주 동안 어르신들과 함께 글쓰기에 대해 나누었다. 2015년 하이 본 페스티벌을 준비 중에 있다. 전 교인이 모이는 행사라 이만저만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회사에서 있는 회의에 참석하기도 하고 집을 팔고 사거나 세를 얻으려 하는 가정을 도와드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콘도 임대를 얻는 두 가정을 도와드렸다. 뒤뜰에서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골프를 나가는 편이다.’
읽고 쓰는 시간이 모자란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딱히 게으르다거나 부족하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생각해보면 의도적으로 읽고 쓰기를 자제한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 빠져들다 보면 하루에 대여섯 시간을 후딱 보내버리기에 십상이기에. 코앞에 닥친 ‘장로임직을 위한 준비’라든가 ‘2015 하이 본 페스티벌 준비’에 신경을 덜 쓰게 될까 두려웠다.
준비가 어느 정도 진행되었다고 생각되기에 글쓰기로 되돌아오려 하니 막막하다. 이제부터는 다시 그 길을 가야 한다. 싫든 좋든 읽고 쓰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자리를 비운 몇 달 동안 수려한 작품을 쓰신 분들이 부럽기만 하다. 차근차근 다시 시작하리라 다짐하며 김남기 선생님께서 최근 쓰신 ‘봄소리’를 필사한다.
봄소리
김남기
새봄의 숨기척이 들린다는 친구네 마당으로 찾아갔다.
그는 바구니를 들고 차나무에 달린 연둣빛을 따고 있었다.
키순을 다투던 애쑥이 한 모숨 뜯겨와 양달에서 시들어 간다.
모종을 옮겨 심은 할미꽃은 힘없이 고개가 숙어 있고,
그 모가지에 난 섬모 사이로 햇살을 보듬어 안는다.
토방에는 강아지 두 마리가 명지바람을 깔고 누워 나른한 잠에 뼈져 있고,
장독대 옆 모래흙에서, 암탉이 병아리들에게 헤적질을 가르치느라 구구구 정신이 없다.
외양간에 두습배기 황소는 큰 눈망울 속에 이 풍광을 그려 넣으며, 날쌘 박새에게 등판을 내맡기고 있다.
친구가 바구니에 가득 채운 것은 도란거리는 봄소리였다.
l 김남기: 문학춘추 신인상 수상, 광주수필문학회원, 광주 문인회원, 창작문예수필 수강(2012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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