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요리사 팀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5. 12. 8. 02:33

  

  사실 나는 요리를 할 줄 모른다. 요리가 아니라 음식이라 해야 옳겠다. 라면은 겨우 끓일 줄 알고 카레라이스는 한두 번 해보았다. 그 외 다른 건 해본 적도 없고 할 줄도 모른다.

  올 초 지인 몇 명과 올란도 플로리다로 골프여행을 떠났다. 일주일을 콘도에 머무르며 음식은 주로 해먹었다. 남자들끼리 무슨 음식을 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은 기우였다. 스테이크, 파스타, 샌드위치 등 못 만드는 음식이 없었다. 일주일을 머무르는 동안 두세 번의 외식을 제외하고는 동료들이 만든 음식을 먹으며 지냈다. 음식을 할 줄 모르는 나는 주로 설거지를 담당했다.

  이런 처지이니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수시로 하곤 한다한식 요리보다는 폼나는 서양 요리를 한번 배워보고 싶다. 한식이야 죽었다 깨어나도 아내보다 못할 터이지만 서양 요리야 아내 또한 특별히 해 본 적이 없으니 흉내만 내도 생색이 나지 않겠는가.

  부엌에서 양자회(www.kccato.com) 성탄파티에 쓰일 음식준비를 하고 있었다. 새로 선임된 양자회 회장 빈센트 임이 팀을 소개해주었다. 스물여덟 살의 팀은 어린 나이에 영국계 캐나다인 가정에 입양되었다고 했다.

  공부에 별로 취미가 없었든 팀은 15세가 되든 때부터 셰프로 일해왔다고 한다. 지금은 토론토 다운타운의 한 식당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는데 프랑스 요리와 이태리 요리가 전문이라고 했다. 자그마한 키에 수줍은 미소가 인상적인 팀은 무척 착해 보였다. 한국말은 전혀 하지 못하고 영어만 하는 팀의 얼굴엔 늘 미소가 어려있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자랑스러워하고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을 입양한 양아버지는 무척 완고하셨다고 한다. 길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팀에게 길을 가르쳐 주려고 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내려 주고 집을 찾아오라고 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요리를 배운 것도 홀로서기를 하게 해 주려는 부모님의 배려였다.

  음식을 준비하는 팀의 모습에서 자신감이 넘친다. 파를 써는 솜씨는 물론 생선포를 뜨는 솜씨도 남다르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어린 입양아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 듯하였다. 대접을 받는 것만큼이나 대접하는 일 또한 즐거운 일 아니던가.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말에 팀은 선뜻 자신의 레시피를 메일로 보내주겠노라고 했다. 팀이 잊지 않고 레시피를 보내준다면 스파게티 한두 가지 만드는 법이라도 익혀볼 생각이다. 2015 125

 

 

 

 

 

 

 

 

 

 

 

'미셀러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푸는 삶의 본을 보이시는 선배님  (0) 2015.12.16
천국에 가는 것도 이와 같을 것이다  (0) 2015.12.12
까르페 디엠  (0) 2015.12.03
broken heart  (0) 2015.12.03
본 남성합창단 제 7회 정기 연주회  (0) 2015.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