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1/閑素>
돈도 나오지 않고
밥도 생기지 않는
詩想을 떠올리며
시를 쓴다고
우두커니 앉아
일어날 줄 모르는
헐벗은 시인에게
방해가 될까 봐
살금살금
설거지를 하고
부엌과 거실을 부지런히 오가며
묵은지 꺼내와
토막 난 고등어를
빼곡히 얹네
비린내 나는
고등어 반 토막 같은
내 詩語들도
묵은지와 함께
익혀져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면,
영롱한 햇살을
머금은 검붉은 사과처럼
맑고 싱싱하다면,
전날 밤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와
피곤함에 지친 몸 일으켜
부지런히 움직이는
아내에게
조금은
덜
미안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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