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아내 1/閑素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8. 1. 10. 01:40

<아내 1/閑素>

 

돈도 나오지 않고

밥도 생기지 않는

詩想을 떠올리며

시를 쓴다고

우두커니 앉아

일어날 줄 모르는

헐벗은 시인에게

방해가 될까 봐

살금살금

설거지를 하고

부엌과 거실을 부지런히 오가며

묵은지 꺼내와

토막 난 고등어를

빼곡히 얹네

비린내 나는

고등어 반 토막 같은

내 詩語들도

묵은지와 함께

익혀져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면,

영롱한 햇살을

머금은 검붉은 사과처럼

맑고 싱싱하다면,

전날 밤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와

피곤함에 지친 몸 일으켜

부지런히 움직이는

아내에게

조금은

미안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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