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살아야 하는 이유/閑素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7. 12. 29. 23:33

<살아야 하는 이유/閑素>


죽었다 깨어나도 세상을 바꾸는 일은 할 수 없으리 세금을 줄여 더 많은 기업인이 지역사회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게 할 수는 없으리 하지만 작은 구멍가게를 운영하며 헬퍼 한두 명 쓰는 일은 할 수 있으리


통 큰 기부는 못 할지라도 동네 주변을 깨끗이 하는 일에 참여할 수는 있으리 집 뒤 연못 주변에 버려진 때 묻은 비닐봉지는 주울 수 있고 페트병을 쓰레기 봉지에 담아 버릴 수는 있으리 인도에 버려진 담배꽁초나 휴지를 주울 수도 있으리


백만 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러는 쓸 수 없을지라도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글 한두 편 쓸 수는 있으리 매일 먹거리를 제공해 드릴 수는 없을지라도 일 년에 수차례 노숙자 손님들이 주무시고 간 잠자리를 정리하는 일에 동참할 수는 있으리


일장 연설로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 생명을 살리는 일은 할 수 없을지라도 한두 마디 따뜻한 말로 주변 사람을 위로할 수는 있으리 온 우주 인양 두 눈을 바라보며 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는 있으리 


모든 이웃을 사랑할 수는 없을지라도 단 한 사람을 품고 사랑하려 몸부림칠 수는 있으리 그게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라면 이유일 수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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