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2018년 성탄절 뉴욕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8. 12. 26. 22:36

 딸아이가 다녀가라고 수차례 초청을 하였으나 응할 수 없었다. 여름에는 여름대로 바빴고 가을엔 가을대로 짬을 내기가 어려웠다. 아내는 아내대로 나는 나대로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아내는 수시로 배추김치며 깻잎 김치를 담가 따로 담아두었다. 시간이 나면 가져다주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번번이 시어버리곤 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아이의 집을 다녀오고 싶었다. 성탄절 전날까지 일정이 있어 새벽에야 집을 나섰다. 십여 시간의 운전 끝에 링컨 터널을 지나 아이의 집에 도착하였다.  

 

 아이는 브루클린 브리지 근처에 세를 얻어 살다가 결혼 후 맨해튼 콜럼버스 써클 근처의 아파트로 옮겼다. 인턴과정 시절은 뉴저지에서, 레지던트과정 시절은 브루클린에서, 전문의과정 시절은 맨해튼에서 지내는 셈이다. 맨해튼으로 옮겨온 후 첫 방문. 사위와 딸이 만들어준 월남쌈으로 식사를 한 후 센트럴 파크를 걸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 주말이면 비디오 대여점에서 영화를 빌려 보곤 했다. 거실 바닥을 뒹굴며 영화를 보는 것이 가족과 함께 하는 퀼리티타임 중 하나였다. 크리스마스 영화도 단골 메뉴였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서양 세계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동경하기도 했었다.

 

 이십 년 하고도 몇 년이 지난 일이다. 뉴욕으로 형님이 오신다고 하였다. 후배 기철이가 형님께서 뉴욕을 방문하실 예정이라며 리무진과 호텔을 예약했다고 전갈을 보내왔다. 모든 일정은 다 정해져 있으니 공항으로 나가 만나 뵈면 될 것이라고 하였다. 형님은 형수님과 함께 오셨다.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는 리무진 안에는 각종 위스키며 물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하얀색 가죽 의자며 실내 장식이 화려했다. 플라자 호텔 객실에서 한나절을 보냈다. 다음 날 호텔 바에서 형수님과 맥주를 마시며 어린 시절 이야기도 나누었다.

 

 크리스마스 전날 우연히 영화나 홀로 집에 2’를 보았다. 플라자 호텔과 센트럴 파크를 비롯한 뉴욕을 배경으로 찍은 영화였다. 어릴 때 아이들과 영화를 보던 때가 생각났다. 이십 년 전 형님이 뉴욕을 방문하셨을 때의 일도 떠올려졌다.   

 

 사위는 요즈음 버드위칭(bird watching)에 취미를 붙여 시간이 날 때마다 센트럴 파크에서 새를 쫓아다닌다. 하늘 저만치 나는 학을 발견하고 카메라를 꺼내는가 하면 망원경을 쥐여주며 연못에서 헤엄치는 원앙새를 확대()해 보라고도 했다. 울음소리를 듣고 제이도 바로 구분해 냈다



<프라자 호텔을 배경으로, 센트럴파크 뉴욕>



 <원앙/센트럴파크 뉴욕>

<부엉이/센트럴파크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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