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아침에/한소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9. 3. 29. 02:07

<아침/한소>

 

여린 관목

삐져나온

잔가지에도

 

다사론 햇살

내려앉는

지붕 위에도

 

두 팔 벌려

봄 기다리는

나무 위에도

 

잔설

소복한

수풀 속에도

 

당신은

자비론 얼굴로

비추십니다



  메이저맥 선상 베더스트와 더플린 사이에 팀호튼 커피점이 있다북쪽을 향하여 앉으면 창밖으로 길이 보이고 길 건너편엔 새로 지은 집들이 줄지어 있다예전 이곳은 공터였고 길 쪽으로 큰 나무가 심겨 있었는데 이를 뽑아내고 터를 닦아 주택단지로 만들었다. 

 년 전 고목의 밑동이 잘려나갈 때 내 몸에 상처를 내는 듯 아팠었다나무들이 잘려나간 지도 사 년이 지났다자연이 훼손된 건 아쉬운 일이지만 새로 조성된 동네도 나름의 운치는 있다녹지를 조금이라도 남겨둔 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길가 쪽으로 중키 정도의 나무가 팔 벌려 서 있고 옆으로 키 작은 관목이 이어져 있다겨울 동안 쌓였던 눈이 잔설로 남아 뿌리를 덮었다잔설이 마저 녹아내리면 죽은 듯 보이는 가지에도 생명의 싹이 움터오리라

 하나님은 자신의 모습을 관목 아래아직은 움트지 아니한 나뭇가지에대각선으로 보이는 수풀 속에 골고루 숨겨두셨다.

'수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4월에 드리는 안부/한소  (0) 2019.04.21
어느 길로 오시렵니까  (0) 2019.04.04
행운목  (0) 2019.01.16
그늘  (0) 2018.12.08
거기 아무도 없나요  (0) 2018.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