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러니

캐나다 장로교단 목회자 대회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9. 4. 23. 23:13

 

캐나다 장로교단 목회자 대회

 

 이 년 전 캐나다 장로교단(Presbyterian Church in Canada) 총회에 한카 동부 노회(Presbytery of Eastern HanCa) 대표로 참석한 적이 있었다. 총회(143 rd General Assembly, June 4~7, 2017, Queens University, Kingston, ontario)에서는 ‘동성애자를 목회자로 안수할 수 있도록 허락하자는 동의안’이 상정되었는데 찬성과 반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였다. 3일 내내 격렬한 찬반 논쟁을 벌인 끝에 표결에 부쳤다반대 의견이 근소한 차이로 많아 부결되었다.

 

 당시 나는 발언권을 얻어 '본 한인교회를 비롯한 한카 노회에 속한 교회들은 아직 동성애자를 목회자로 안수할 수 있도록 허락할 준비가 안 되었다'고 호소했다함께 참석한 한석현(Sukhyon Peter Han) 목사와 수년 전 총회장을 지난 박철순 목사 외 여러 명이 강력하게 반대의견을 피력하였다.

 

 동성애자들의 아픔을 더 잘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의 간절한 바람을 들어주지 못하여 미안한 마음도 많았다하지만 내가 속한 노회의 대부분 성도가 반대하는 일이어서 나로서는 반대의견을 역설하지 않을 수 없었다나중에 총회장(moderator)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로는 한카 노회에서 총대로 참석한 장로대표가 발언한 것은 캐나다 장로교단 총회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 하여 아이러니로 여겼다.

 

 당시 총회에서 나는 몇 가지 사실 때문에 놀랐었다첫 번째는 회의가 대단히 효율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었다회의를 주재하는 총회장(회의의 의장을 moderator로 호칭한다)이 참석자들에게 발언할 기회를 골고루 주었고, 어떤 의견이든 존중했다플로어 서너 곳에 마이크를 설치하여 발언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지어 섰는데 한 사람의 의견도 무시되거나 소홀히 다루어지지 않았다

 

 두 번째로는 총회를 위해서 회의자료를 잘 준비한다는 점이었다오백 페이지 이상 되는 자료를 온라인 사이트에 올려 총대들이 미리 공부해 오도록 배려했다당시 총대로 참석했던 노회 대표들은 이 자료들을 프린트하고 별도로 철(바인딩) 하여 따로 공부했었다.

 

 세 번째는 총회장(The Rev. Peter Bush)의 겸손함이었다총회장(moderator)은 강압적으로 회의를 진행하지 않았고 참석자들이나 준비위원의 실수에 대해서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자기가 잘못한 일이 아니었음에도 진심어린 마음으로 잘못을 시인하고사과했다워낙 첨예하게 대립하는 안건을 다루어 그랬는지 모르나 발언자들의 작은 말실수까지도 문제를 삼을 만큼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었다별 것 아닐 것 같은 언어 선택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이런 분위기에서 회의를 진행하면서 작은 실수까지라도 본인의 책임으로 돌리며 겸손하게 회의를 이끌어갔다나는 이런 총회장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회의에 참여한 사람들이 회의 진행자의 진행에 일사불란하게 따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발언자들은 언성을 높이거나 열을 올리지 않으면서 차분히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고 참석자들은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나는 우리의 회의 문화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이야기하기보다는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여 고성을 지르고 화부터 내는 모습이 떠올라 슬그머니 얼굴이 붉어졌다크게는 국회로부터 작게는 개개인의 소그룹 모임에 이르기까지 참여자들이 감정을 앞세우지 아니하고 자신의 의견을 차분히 설명하고 설득해가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 필요하리라 여겨졌다.

 

 본 한인교회 한석현 목사께서는 식사 자리에서 ‘복음 제대로 이해하고 수호하기 위한 콘퍼런스’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았다많은 분이 그런 모임이 꼭 필요하겠다며 반색했다이때로부터 이 년여의 준비 끝에 제1회 캐나다 장로교단 목회자 대회가 오늘 도미니카 푼타카나(Punta Cana)에서 열리게 되었다이번 캐나다장로교단 목회자 대회에는 뉴브런즈윅(New Brunswick)주로부터 시작하여 브리티시 컬럼비아(British Columbia)주 이르기까지 캐나다 전역에 걸쳐 교단에 속한 목사님 120명이 참석하게 된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어 참석하시는 분들의 영과 육이 새로워지며 비전을 얻는 유익한 시간이 되어지길 소망한다. 

 2019년 4월 22일

제 143차 캐나다 장로교단 총회에서 총대들이 투표하는 모습
전임 총회장과 대표들이 한국을 방문한 후 한국 기독교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발표하는 모습
캐나다 장로교단 총회에서 총대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총회가 열린 퀸즈 대학 정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