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뙤약볕 하오 외 4편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19. 10. 24. 02:43

본 교회 정원(꽃밭)을 소재로 쓴 자작 시 몇 편 올립니다.


<누이>

 

활짝 핀 꽃을 보면

환한 얼굴로 웃고 있는

내 누이를 만난 것 같다

 

살짝 시드는 꽃을 보면

시름에 겨워 주름이 늘어난

내 다른 누이를 만난 것 같다

 

 

<뙤약볕 下午>

 

꽃밭에 잡풀을 뽑느라

물을 주느라

꽃을 옮겨 심느라

아버지뻘 되시는 분이

구슬땀 줄줄 흘리며

일하시는데

스쳐 지나가기가 죄송스러워

나갈까 말까 망설이네

문을 열고 나가려다 포기하고

되돌아와

끝내시기를 기다리는 데

기다리다 가보아도

일하고 계시고

더 기다리다 가보아도

일하고 계시네

뒤쪽으로 돌아서

몰래 나가자니

타고 온 자동차가 또

그쪽에 있네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나가긴 했는데

굽어진 허리

천천히 펴시며

엉거주춤 일어서시는 모습

한 짐 가득

지게를 진 아버지가

지게를 진 채 한쪽

무릎을 세워 앉아

숨을 고르시는 모습이네

일이 있어 먼저 갑니다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말하며

차 문을 열고 들어가

시동을 걸고

망설이다

~하고 떠나는 데

일도 안 한 내 얼굴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뒷머리가 쭈뼛 서네

천둥소리 들려오네

 


<꽃들의 노래>

 

창조주 하나님께

예배드릴 설레임으로

종종걸음 치며 예배당을 향할 때

활짝 웃으며 응원해 주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슬픔에 젖은 얼굴로

안타까운 마음을 주님께 아뢰려

소걸음으로 문을 향해 갈 때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저를 좀 보세요

제가 웃듯 당신도 웃어보세요

저는 당신께 기쁨을 드리고

가을바람 소슬히 부는 날 홀연히 떠날 거예요

 

그것은 꽂밭에 심긴 한 무리의 꽃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으로

창조주 하나님을 찬양하는 노래요

창조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응원의 노래, 위로의 노래였습니다

 


<정원>

 

정원에 꽃을 심듯

마음의 정원에 꽃을 심자

기쁨의 꽃을 심자

사랑의 꽃을 심자

감사의 꽃을 심자

 

정원에 꽃이 가득하듯

마음의 정원에

기쁨의 꽃이 가득하게 하자

사랑의 꽃이 가득하게 하자

감사의 꽃이 넘쳐나게 하자

 

정원에 꽃이 넘실거리듯

마음의 정원에

기쁨의 꽃향기가 넘실거리게 하자

사랑의 꽃향기가 넘실거리게 하자

감사의 꽃향기가 넘실넘실

사방으로 퍼져나게 하자

 

꽃들이 서로 속삭이듯

서로 진리를 속삭이자

서로 사랑을 속삭이자

서로 위로함이 넘쳐나게 하자

 

스스로 아름다운 꽃이 되어

향기를 발하며

벌들이 찾아오게 하자

나비가 넘나들게 하자

 

 

<이별을 준비하며>

 

내 너를 어이 떠나보낼까 생각하다 

잠을 이루지 못했어

 

새벽녘에야 겨우 잠이 들었고

꿈을 꾸었어

 

꿈속에서 네가

자꾸만 나를 불렀어

 

놀라 깨어

창밖을 보니

 

밤새 서리가

하얗게 내렸더구나

 

그래서 너를

작은 화분으로 옮겨 심고

 

햇볕이 잘 드는 창 쪽에

쪼르르 놓아두기로 한 거야

 

네 웃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오늘 밤에는 푹 좀 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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