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생일 선물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0. 1. 16. 07:34

<생일 선물>

 

전봇대보다 키가 큰 푸른 가문비나무 네 그루

어릴 적 살던 초가집을 닮은 단풍나무 한 그루

창 밖으로 보이는 만레사 수도원의 집 두 채와 그 너머 보이는 수도원 마을

 

땅 속에 묻은 식량이 잘 있는지 확인하는 청솔무 한 마리

보조기에 의지하여 겨우 걸음을 옮기는 평안한 얼굴의 나이 든 수사

맛있는 아침을 준비해 준 젊고 키가 큰 여인의 따뜻한 미소

 

정갈한 식탁

아침 고요

정적 속을 흐르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침묵

62년의 삶과 세레니티를 선물로 받은 감사의 눈물 서너 방울

겸손의 길에 대한 묵상/ 침묵의 효용과 아무 것도 아닌 나에 대한 자각

 

갓 내린 커피 세 잔

작은 크기의 머핀 하나

앙증맞은 포장에 담긴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두 개

베이글 반쪽

 

신선한 아침 공기

구름 낀 하늘

귀담아 들으면 때때로 들려오는 새소리

 

생각-카르페 디엠, 메멘토 모리

고린도 후서 12 9 10절 말씀

“9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함이라. 10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때에 강함이라


<2020 1 15일 만레사 수도원/閑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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