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아내 2/閑素>
아내가
절인 배추를 씻는다
일에서 돌아와 몸은 이미 절어진 지 오래
얼굴은
문틈을 비집고 들어온
한 줌 햇살
시집 간 딸 생각 남편 생각에
물 빠진 배추는 설레임으로 쌓이고
죽을 고비 넘기고 돌아온
아가 엄마 얼굴이 떠오른다
땅에 묻은 김칫독 김치처럼
날마다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