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

화분/閑素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0. 2. 18. 21:59

<화분/閑素>

 

파르르 떨며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쓰다

박제가 되어버린 너를

껴안았다


건드리기만 해도

바스러져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뼈만 남은 

아버지를

안은 듯하였다

 

쌀뜨물처럼 흐린 날

도로 위를 흩날리는

낙엽의 쓸쓸함이었다

 

찬란함으로 

뭇 눈길을 모은 

어제였는데

 

체감 온도 영하 이십도

지붕 있는 쓰레기통 옆에

너를 눕히고 왔다

 

아버지는 숨을 거두시기 며칠 전

거울을 보며 한숨 쉬듯 말씀하셨다

넉 달 만에 이렇게 말라버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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