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閑素>
파르르 떨며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쓰다
박제가 되어버린 너를
껴안았다
건드리기만 해도
바스러져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뼈만 남은
아버지를
안은 듯하였다
쌀뜨물처럼 흐린 날
도로 위를 흩날리는
낙엽의 쓸쓸함이었다
찬란함으로
뭇 눈길을 모은 게
어제였는데
체감 온도 영하 이십도
지붕 있는 쓰레기통 옆에
너를 눕히고 왔다
아버지는 숨을 거두시기 며칠 전
거울을 보며 한숨 쉬듯 말씀하셨다
넉 달 만에 이렇게 말라버렸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