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감격이 있는 나날

나무가 말을 걸어와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1. 2. 23. 05:11

 눈이 부슬부슬 내리네. 이월 들어 눈이 자주 내려. 이틀 걸러 한 번씩 내리는 것 같아. 그래도 싫지는 않아. 왜 그런지 알아? 숲이 기다리기 때문이지. 숲에 눈이 소복소복 쌓여가는 모습을 상상해봐. 다람쥐도 잽싸게 나무에 올라 가지에 쌓인 눈을 털어대. 사는 게 참 재미있어. 숲속을 걷기 때문이지. 눈이 펄펄 내리는 나무 사이를 걷는다고 생각해봐. 신나지 않아? 나무도 겨울엔 외로울 텐데 친구가 되어주는 거지.

 엊그저께는 걷는데 유난히 나무가 자주 말을 걸어왔어. 한 나무는 자신의 몸집만큼이나 큰 옹이를 내보이며 사연을 들어달래. 또 다른 나무는 밑동은 붙어있고 한 몸통에서 두 그루의 나무가 생겼어. 자신들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하더군. 몸통이 반쯤 남은 나무는 애벌레를 몸속에 키우고 있는데 딱따구리가 와서 찍어내는 것도 싫고 애벌레를 삼키는 것도 싫대. 눈이 오는 날 다시 숲으로 가서 나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숲속을 걷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뛰고 설레네. 이런 설레는 마음이 드는 게 얼마나 좋은지 알아? 벼르고 별러 멀리 여행을 떠날 때 그 마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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