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감격이 있는 나날

눈밭을 걸으며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1. 2. 17. 23:55

 발목까지 잠기는 눈길을 걸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다져놓았어야 걷기가 편할 터인데 그렇지 못했다. 발자국을 내디딜 때마다 미끄러졌고 발목까지 눈이 올라왔다. 조심조심 눈밭을 걸으며 언덕을 오르내렸다. 어젯밤 눈이 이십 센티가량 내렸고 험한 날씨 때문인지 다녀간 사람이 적은 듯했다. 스스로 길을 내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내가 낸 발자국으로 인하여 뒤에 오는 사람은 걷기가 다소 편해질 것이다. 남들이 다져놓은 길만 다녔는데 오늘은 내가 길을 내며 걷고 있었다.

 세찬 바람이 매섭게 부는 날이면 나이 든 나무도 힘에 겨운 듯 뿌지직 뿌지직 신음을 내며 버틴다. 윙윙거리는 바람 소리에 들려오는 나무 울음. 온타리오의 겨울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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