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감격이 있는 나날

감사 일기

멋진 인생과 더불어 2021. 2. 15. 23:52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 하루 세 가지 감사한 것들을 적어나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뭐 거창한 감사 거리가 없을까 생각하며 적었었는데 이제는 사소한 감사거리를 찾게 된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참 행복임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쏟아지는 햇빛,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 쌓여있는 흰 눈, 아내와 함께 거니는 겨울 숲의 정취 이런 것들에 감사하게 된다. 감사일기를 쓰기 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들이 감사일기를 쓰면서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는 2021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부분에 당선된 김진환 씨의 시 길찾기를 읽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쳤고 낯선 혼란스러운 상황 가운데서 누군가의 도움으로 버스에서 내려 길을 확인하며 가야 할 길을 찾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길 찾기 맵과 실재, 인터넷 지도와 실제 삶 사이의 괴리를 표현하고 있다. 길을 찾기 어려워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길을 찾으려 하는 이들의 심정을 표현한 시로도 읽혔다. 평범한 가운데서 시상을 떠올리고 말하고자 하는 혼란과 아픔을 잘 표현하고 있다. 길을 찾기 위해 애쓰는 많은 분께 낯익은 가게들이 보일 순간이 속히 오기를 바란다.     

 

<길찾기/김진환>

 

차창 너머 낯선 가게들

잠시 눈 감은 사이에

내릴 정류장을 지나쳤나

인터넷 지도로 확인한다

버스의 노선과 파란 점의 위치를

 

나는 길 잃지 않았다

인터넷 지도에 따르면

이 길은 내가 아는 길

매일같이 지나는 왕복4차로

 

거기서 나는 흰색과 붉은색 보도블록의 배열을 배웠고

넘어져 뒹굴며 무릎으로 손바닥으로 아스팔트를 읽었는데

 

보도 블록의 배열이 다르다

아스팔트의 굴곡이 다르다

 

인터넷 지도를 확인한다

버스가 정거장 몇 개를 지나는 사이

파란 점은 아직도 아까 그 길에 있다

 

멀리 손 뻗어 손바닥의 살점 패인 자리를 보면

핏기와 죽은 피부의 흰빛이 구분되지 않는데

 

하차 벨 소리가 울린다

흰 버튼 위로 붉은 등이 들어와 있다

뒷자석 사람이 내 뻗은 팔을 보고

대신 눌러 주었다며 손짓한다

 

버스에서 내려 아스팔트를 만져본다

인터넷 지도를 확인하지 않아도

이 길은 내가 아는 길이거나

거기로 이어지는 길

걷다 보면 낯익은 가게들도 보일 것이다

 

[2021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